김성주 회장이 서울 청담동 매장에 전시된 자전거를 타고 포즈를 취했다. 가죽재킷과 스키니진에 플랫 슈즈를 신고 나온 그는 “신발은 밑창을 서너 번 갈았고, 티셔츠는 딸이 싫증난다며 버리려는 걸 입었는데 보기 괜찮으냐”며 웃었다. [김경빈 기자]
- 삭스 입점 의미는.
“세계 경제위기로 미국이 특히 타격을 받았다. 주요 백화점들은 매출이 적게는 10%, 많게는 30~40%씩 떨어졌으며, 대대적인 브랜드 정리에 들어갔다. 삭스에 따르면 MCM이 올가을 유일한 신규 입점 브랜드라고 한다. 디자인과 품질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받은 셈이다.”
- 가격 경쟁력도 작용했나.
“그랬을 것이다. 값 비싼 명품은 좋게 말하면 이름값이고, 나쁘게 말하면 소비자를 현혹하거나 찬탈하는 경우다. MCM은 후발 주자로서 이와 다른 접근을 하려 한다. 광고 마케팅 비용보다는 디자인과 품질에 공을 들여 실용적이며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고객을 겨냥했다.”
- 경기 침체기에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는.
“세계 시장과 한국 시장을 나눌 수 없고, 세계에서 성공해야 한국서도 살아남는 시대다. 국내 중소기업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길은 기술집약적인 상품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거나 브랜드를 앞세운 마케팅 기반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패션산업은 후자에 해당한다. 한국 브랜드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우회 전략으로 독일 브랜드를 인수했다. 지금과 같은 불경기가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기회다.”
- 국내 사업 전략은.
- 불경기에 국내 명품시장이 높은 신장률을 보이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보나.
“해외 명품업체들에 한국은 ‘봉’으로 인식돼 있다. 큰 폭으로 성장하던 일본 명품 소비시장이 정체를 보이고 있고, 중국은 아직 본격적인 소비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소비자들의 명품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 독일 브랜드로 성공했는데, 고유 브랜드를 만들 생각은.
“능력 있는 신예 디자이너가 있으면 투자할 생각이다. 기존 MCM 브랜드에 한국적인 콘텐트를 담는 방식으로 창작열을 풀어 내겠다. 서양의 기술과 노하우에 한국의 선과 면, 색상을 담으면 인상적인 상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나노텍 원단이나 옥을 재료로 쓴 가방을 출시한 바 있다.”
박현영 기자
◆MCM=1970년대 독일 뮌헨에서 탄생한 패션 브랜드. 성주그룹이 90년대 초반 라이선스 사업으로 국내에 선보였다가 2005년 독일 본사로부터 브랜드를 인수했다. 30개국에 70개 이상 매장을 두고 있으며, 지난해 국내 매출액은 1900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