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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사무실은 안녕…'유피스(Uffice)족' 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PR 대행사에 근무하고 있는 송모(남·32)씨는 가끔씩 아이디어가 막히거나 날씨가 좋아 일에 집중이 되지 않을 때 넷북을 챙겨 들고 사무실 근처 공원으로 향한다. 답답한 사무실이 아닌 자연 환경 속에서 일하다 보면 업무에 대한 집중력이 더 높아지고 성과도 좋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커피전문점에도 가끔 가지만 너무 시끄러워 자주 찾지는 않는 편”이라면서 "간단한 장비만 챙겨 밖으로 나가면 안에 있는 것보다 훨씬 능률이 오른다"고 말했다.

최근 야외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인터넷이나 업무, 공부와 여가를 즐기는 젊은 계층이 늘고 있다. 이른바 언제 어디서든 컴퓨터를 즐기는 '유피스(Uffice·Ubiquitous+Office)족’이다. 무선랜이 제공되는 커피전문점에서 일이나 공부하는 이들이 '코피스(Coffice·Coffee+Office)족'이었다면 요즘에는 한 단계 발전해 언제 어디서든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컴퓨팅 환경을 즐기는 유피스족이 등장한 것이다.

유피스족은 좁은 책상에 놓여진 커다란 데스크 탑 컴퓨터, 답답한 공기 가운데 울려 퍼지는 타자 소리 등 답답한 사무실 근무 환경을 더 이상 참지 않는다. 이들은 창의력이 필요한 직종이나 활동이 많은 영업 계통에 종사하는 젊은 계층이 대부분이다. 최근 IT 업체들도 이들을 겨냥한 제품과 서비스들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 넷북과 와이브로는 필수 = 미니노트북인 넷북은 유피스족을 만들어 낸 '일등 공신'이다. 지난해 시장조사기관 IDC의 조사에 의하면 넷북 사용은 지난해 1000만대에서 올해에는 2000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넷북은 기존 노트북 컴퓨터에 비해 50% 정도 가벼워진 1kg 내외의 무게, 저전력 CPU등을 도입해 ‘휴대성’을 극대화한 컴퓨터라고 볼 수 있다. 요즘엔 기존 노트북 사용 시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8시간까지 충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나왔다.

넷북 시장은 초기만해도 아수스, MSI 등 일부 업체가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삼성·LG·TG삼보 등 국내 업체뿐 아니라 HP와 Dell등 글로벌 업체들도 시장에 뛰어들어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점점 사양과 디자인이 고급화되면서 인터넷 서핑은 물론이고 문서작업도 일반 노트북 기능만큼 수월해졌다. 가격대는 평균 60~80만원 정도다.

KT의 ‘와이브로’나 SK텔레콤의 ‘T로그인’ 등 무선인터넷은 ‘코피스족’과 ‘유피스족’을 나누는 결정적 요소다. 무선랜이 제공되는 장소에서만 활동하는 코피스족과 달리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서비스하는 무선 인터넷은 유피스족들의 필수품인 것이다. 최근에는 와이브로와 넷북의 결합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 컴퓨터 복구 소프트웨어 = 때론 유피스족들을 방해하는 요소도 있다. 상사의 눈치도, 넷북의 배터리 시간도 아닌 바로 ‘블루스크린’이다. 중요한 순간 시스템 오류로 갑자기 뜨는 블루스크린은 사용자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시중에 나온 복구 CD들은 공장 출고 시의 상태로 되돌리기 때문에 그간의 데이터와 MS오피스, 한글 및 백신소프트웨어 등을 다시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때문에 시스템을 오류상태 이전으로 되돌리는 시스템 백업 및 복구 프로그램은 유피스족들의 필수품이다. '아크로니스'사의 트루 이미지는 별도의 CD 없이 한번에 설치 가능하고 30분 안에 모든 시스템을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홈 버전의 가격은 7만원 대다.

◇ 대용량 외장하드도 필수 = 휴대성이 좋은 넷북이나 노트북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용량이 작아 동영장 자료나 PPT등 대용량 자료를 지속적으로 보관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때문에 대용량의 외장하드도 유피스족의 필수품으로 통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용량은 작아도 휴대성이 뛰어난 USB메모리가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요즘엔 160∼500GB 등 대용량의 외장하드 제품들이 시장에 나와 있다. 200g 내외의 가벼운 무게로 휴대하기도 편하고 별도의 전원장치 없이 USB연결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업체인 웨스턴디지털 코리아가 최초로 2TB(2000GB)짜리 외장하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보통 약 300GB 제품을 10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 '인터넷 폰'도 쏠쏠하네= 유피스족의 또 하나의 적은 핸드폰 요금이다. 야외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사무실 전화가 아닌 본인의 핸드폰으로 통화를 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 네이트와 야후, MSN 등에서 제공하는 메신저 폰이나 스카이프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폰 서비스를 사용하면 따로 단말기를 구매할 필요 없이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바로 설치할 수 있다. 가입자끼리는 무료이며 핸드폰(1시간 통화 표준요금 기준) 대비 30% 가량 저렴한 가격에 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팩스도 바깥에서 보낼 수 있다. 인터넷에서 보낼 수 있는 온라인 팩스대행 서비스는 오프라인 팩스보다 약 80% 절감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 ‘유피스족’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보낼 문서를 워드 파일에서 작성한 뒤 업체에 첨부 파일로 보내면 된다. 장당 40원대 정도.

백업 소프트웨어 기업 '아크로니스' 서호익 마케팅상무는 "특히 영업이나 마케팅 관련 직원들에게 '유피스' 환경은 향후 핵심적인 영업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동성과 편리성에 따른 장점도 있지만 예기치 않은 재해 발생을 준비하는 대비책도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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