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학과 개설1년 명지대 정수현교수…올 입학생들 수준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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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해 명지대학교가 세계최초로 개설한 바둑학과가 우여곡절의 1년을 마치고 새학기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엔 체육과의 바둑지도학 전공이었다가 올해 정식으로 정원20명의 바둑학과가 됐다.

현 고건 총리가 총장 재직시에 만든 것인데 바둑계는 97바둑문화상 시상식때 명지대학교 (총장 송자)에 공로상을 수여하는등 고마움을 표시하며 한편으로 '바둑의 학문화' 가 과연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새학기 준비에 여념이 없는 세계최초의 바둑학교수 정수현9단을 만나봤다.

“누가 연구해논 것도 없고 모든 것이 세계최초라서 말이죠. 그래도 이젠 가닥은 잡혔습니다.” 올해는 또 무얼 가르칠 예정일까. “바둑책은 1천여종이나 나와 있지만 주로 기술위주인데다 체계적이지 않아서 교재로 쓰기엔 부적합하더군요. 그렇더라도 포석 중반 끝내기등 기술강의는 별 어려움이 없어요. 문제는 기술외적인 강의인데요.” 커리큘럼을 여러번 손질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확정된 것이 바둑철학 대국심리론 바둑사 바둑과 컴퓨터 바둑영어 바둑문학 바둑실무등이다.

“교수자원도 별로 없고 무인도에서 농사짓는 심정이었습니다.

보통은 외국의 유명한 연구들이 밑바탕이 되는데 바둑엔 그런 것도 없고…바둑이 뭐냐하고 정의를 내리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鄭교수의 고민은 저절로 이해가 간다.

42세의 鄭9단은 고등학생 때 프로가 되었고 한양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두마리 토끼를 쫓았으나 프로세계에서도 훌륭히 성공한 것이 세계최초의 바둑학교수라는 중임을 맡는 밑거름이 됐다.

올해는 진짜 바둑에 뜻을 둔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서강대 3학년에 다니던 대학바둑의 챔피언 문승철씨가 취미를 직업으로 삼고자 학교를 옮겼고 34세의 한 수학강사도 새삶을 찾아 입학했다.

프로기사는 5명이 지원하여 4명이 합격했다.

직장인바둑대회의 챔피언이자 수학박사이기도 한 김정우씨가 올해 겸임교수로 올 예정이어서 鄭교수는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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