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가족 뭉쳐 '새가족 모임문화' 다양한 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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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상차리기는 아내가, 설겆이는 남편이' 를 앞세우며 시사세미나에서 봉사활동까지 다양한 활동으로 새로운 가족모임문화를 열어가는 이들이 있다.

지난달 24일 저녁 서울양천구신정동 윤치은 (42) 씨의 아파트. 옹기종기 둘러앉은 여섯가족 20여명은 각 가정에서 한가지씩 준비해온 김치.김.파전.만두등의 반찬으로 식탁을 차렸다.

밥과 국은 집주인인 윤씨네 차지. 한달 두번씩 모임을 가질 때마다 먹거리는 늘 이렇게 마련된다.

설겆이에 나선 남편들이 식탁 뒷정리를 끝내자 거실에 함께 모인 이들은 세미나를 연다.

만5년째 해오는 모임이라 아이들끼리도 친해져 돌보는 어른이 따로 필요없을만큼 스스럼이 없다.

이날 주제는 'IMF시대의 올바른 생활방식' .IMF체제에 들어가게 된 이유를 각자 따져보던 이들은 이럴때일수록 어려운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결정된 새로운 일감은 '치매.독거노인들을 돌봐주는 봉사에 참여하는 것' .지난해 벌였던 북한어린이를 돕는 '사랑의 밥그릇운동' 참여나, 양로원 휠체어 기증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인 만큼 더 세밀한 계획을 각 가정에서 마련해 다음 모임에서 구체안을 짜기로 결정했다.

한차례 열띤 토의가 끝나자 이들은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얘기며 품앗이 과외의 성과등 시시콜콜한 일상사를 나누며 뒷풀이를 마감했다.

이들의 '별난 모임' 이 시작된 것은 지난 93년. 대학시절 모두 청년YMCA 회원으로 맺어졌던 인연이 교사.의사.사회복지사.회사원등 각기 다른 일터로 흩어진 후에도 계속된 것. 처음에는 박봉희 (37.서울영등포구신길동) 씨등 4가족으로 출발했으나 점점 참여가족이 늘어났고 95년엔 마포지역 모임을 분가 (?

) 시키기도 했다.

박봉희씨는 "그저 친목만 쌓는 모임보다 사회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실제로 풀어나가려고 노력하다보니 더 보람과 애착이 느껴진다" 며 "아이들끼리도 친해져 요즘은 어른들보다 애들이 이 모임을 더 기다릴 정도라 모임 횟수를 늘려야만 할 것 같다" 며 웃는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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