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입학·취학유예 장단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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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라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미래의 한국을 짊어질 71만여명의 꿈나무들이 내달이면 기나긴 배움의 길에 들어선다.

자녀들에게 학교생활의 첫단추를 제대로 채워주려는 건 부모들의 한결같은 소망. 그러나 허리띠를 졸라맨 부모들은 엄청난 유치원비 부담등을 덜기위해 5세 조기입학을, 미숙한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학교 부적응을 우려해 취학유예를 검토하는등 고심중이다.

가계부담도 덜고 학교생활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수 있는 두 방법의 장단점에 대해 알아본다.

◇ 조기입학 = 큰 아이 (5) 의 피아노.태권도학원비등으로 매달 30만원이 넘는 사교육비를 지출해왔던 주부 尹모 (34.서울송파구방이동) 씨는 더이상 사교육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할 처지다.

남편의 직장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월급이 20%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尹씨는 지난 1월 아이의 학원수강을 모두 중단한데 이어 조기입학을 통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볼 생각이다.

96년부터 실시된 조기입학제도의 장점은 만6세이상만 취학이 가능하다는 획일적인 기준을 풀어 만5세라도 수학능력이 되면 교육을 받을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는 점이다.

특히 과거에 비해 유아원.유치원등 취학전 교육기회가 늘고 신체 발달이 현저해 공교육 확대 차원에서 지난 95년 교육개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도입됐다.

조기 입학 신청인원은 시행 첫해인 96년 전국에서 6천6백32명이었으나 97년 들어 6천5백4명으로 약간 줄어든 상태. 하지만 부적응으로 인한 중도탈락자가 96년 전체의 4.2%, 97년은 3.7%씩 발생하는등 부작용도 만만찮다.

전곡초등학교 1학년 김창복 (金昌福) 교사는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맞벌이 부부가 만5세 아동을 입학시키면서 '데리고 놀아만달라' 고 부탁할 정도로 학교를 탁아소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고 말했다.

중앙대 유아교육과 이원영 (李元寧) 교수는 "한반의 학생과 교사 비율이 40대1인 상황을 그대로 둔채 만5세 입학을 추진하다보니 조기입학한 아이들이 제대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고 지적했다.

지난해말 한국유아교육학회가 실시한 조사결과 조사대상 담임교사 54명의 만5세아 평가는 19.5%가 사회성 부족을, 11.7%가 학습능력부족을, 9.1%는 수업태도 불량을 지적하는등 64.1%가 부정적이다.

◇ 취학유예 = 지역교육청 교육장이 취학유예를 허가했던 96년8월 이전만해도 서울지역의 경우 취학유예허가 아동은 취학대상 1백명당 3명꼴이었으나 허가권이 학교장으로 넘어와 허가절차가 단순해지면서 97년들어 1백명당 5명꼴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입학할 전년도 취학유예자는 4천1백78명이며 이같은 숫자는 96년 취학유예자 2천7백58명보다 배 가까이 많다.

제때 학교에 보내 열등생이 되기보다 과외등을 통해 1년 늦게 취학시켜 우등생을 만들려는 부모들의 생각도 취학유예 증가에 한몫을 했다는게 교사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국 서영석 (徐永錫) 장학관은 "글과 셈을 익힌 다른 아이들과 경쟁에서 뒤떨어질 것을 우려해 취학시기를 1년 넘겨 '준비된 취학' 을 하려는 경향이 반영되고 있는 것" 이라며 "초등학교의 월반및 속진제 실시도 취학유예를 꺼려하지 않는 한 원인"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취학통지서를 받은 주부 김경숙 (金慶淑.32.서울도봉구창동) 씨는 "취학유예도 생각해봤지만 학원수강등 사교육비 부담이 너무 커 고민중" 이라고 털어놨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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