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마와 루이스' 패러디 연극 '달마와 류이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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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페미니즘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델마와 루이스' (91년)가 한국판 패러디 연극으로 재탄생했다.

제목도 비슷하게 '흉내' 낸 '달마와 류이수'가 화제의 연극이다.

수전 서랜든.지나 데이비스 주연으로 잘 알려진 '델마와 루이스' 는 남성의 폭력지배 세계에서 탈출, 자유를 꿈꾸는 두 여성의 동지적 결합을 제시한 페미니즘 계열의 명작.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강한 저항과 여성만의 연대의식을 짙게 깔고 있는 작품이다.

극단 '송도말년 불가살이' 의 창단 작품으로 선보이는 '달마와 류이수' 는 이같은 영화의 페미니즘 색채를 1백80도 비틀어 反페미니즘의 남성연극으로 만들었다.

IMF시대 남성 위로용인가.

때문에 여성 주인공 델마와 루이스는 남성 주인공 '달마' 와 '류이수' 로 탈바꿈됐다.

물론 이야기도 두 남성의 '여성 탈출극' 이다.

각각 조선일보와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인 손정섭 (작.연출).박주리 (조연출) 신예 콤비의 손으로 빛을 본 '달마와 류이수' 는 21세기 어느날 달마의 수행처가 있는 지리산 구석의 한 동굴이 무대다.

때는 여자들이 온통 세상을 쥐고 흔드는 여인왕국 '아마조네스' 의 시대다.

바로 이 곳에 아내의 외도로 세상을 떠돌던 이수가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속 델마와 루이스 이상의 '혁명동지' 를 만난 것. 그러나 '세속' 에서 달마를 거친 여자중 한명이 이수의 아내였음이 밝혀지면서 둘의 갈등이 촉발된다.

이어 여자 수행자들의 반란으로 두 사람은 궁지에 몰리고, 결국 “죽을 때까지 눌려 살 필요 없잖아?” 라며 절벽 다이빙을 감행, 최후를 맞는다. 자동차에 몸을 싣고 절벽으로 달려드는 그 영화의 마지막 명장면처럼. 그러나 작.연출의 손정섭은 “본격적인 남성주의 연극을 주창하진 않는다” 고 했다.

그저 '뒤집어 보기' 를 통해 여성과 남성에 대한 오해와 편파적 시각을 새롭게 환기시켜보자는 게 이 작품의 의도라고 밝혔다.

그러나 '단순한' 생각치고는 상당히 도전적인 데가 있다.

그동안 페미니즘 계열의 연극이 없지 않았는데, 이 작품은 어쩌면 본격 反페미니즘 연극의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한다.

코미디 형식의 페미니즘 패러디극으로는 희랍극 '류시스트라테' 를 이상우가 각색한 '평화씨' 가 있었다.

이는 여성들의 '섹스거부' 란 희대의 발상을 풍자했던 작품. '달마와 류이수' 는 지난 31일 개막돼 3월1일까지 대학로 꼼빠홀에서 공연된다.

공연시간은 평일 오후7시30분, 토.일.공휴일 오후4시30분.7시30분. 02 - 741 - 9449.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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