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의 눈물겨운 제작비 줄이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한푼이라도 더 줄이자 - .' 경제한파로 광고수입이 격감하자 지상파 방송사들이 프로그램 제작비 '쥐어짜기' 에 안간힘이다.

해외 촬영을 없애고 작가 수를 줄이는 것처럼 커다란 절감뿐 아니라 부분부분의 적은 비용까지 최대한 줄이려는 아이디어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아이디어가 드라마 등의 야외 촬영에서 휠체어의 사용. 야외에서 카메라의 위치를 연속적으로 옮겨가며 촬영할 필요가 있을 때는 레일을 깔고 그 위를 카메라가 움직이며 찍는다.

이 레일 대신 휠체어에 카메라를 얹고 휠체어를 밀며 찍겠다는 것. 80년대초에 사용하던 방법. 레일 사용료 하루당 40만원이 절약된다.

MBC '기인열전' 은 최근 무대를 꾸미던 꽃을 생화에서 조화로 바꿔 재활용한다.

심지어 최고 기인에게 주는 꽃다발도 조화다.

녹화가 끝난 뒤 사정을 설명하고 다음 촬영에 사용하기 위해 꽃다발을 도로 뺏는다.

이렇게 해서 편당 15만원쯤 아낀다.

KBS1 '가요무대' 는 앞으로 출연 가수들중 일부에게 “기왕이면 한 곡 더 불러 달라” 고 요청할 예정. 방송시간은 일정하니 출연 가수 수를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한 곡을 부르던 두 곡을 부르던 출연료는 같다.

3곡부터는 70% 가산된다.

동원 방청객도 줄인다.

그러나 많이 줄이면 화면에 비치는 스튜디오 모습이 썰렁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KBS2 '코미디 세상만사' 는 50명에서 40명으로, MBC '10시!

임성훈입니다' 는 40명에서 35명으로, SBS '타임캡슐 대작전' 은 70명에서 50명으로 줄였다.

한 사람당 1만원 절감. 간단한 인터뷰 등 조명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외부 조명회사를 부르지 않는다.

대신 방송사 조명장비를 갖고 가 오디오맨이 들고 서 있는다.

그런 노동의 대가로 생기는 이득은 한번에 20만원선. SBS는 편집용 녹화 테이프의 재활용 수를 늘렸다.

지금까지는 화질이 떨어질까봐 테이프의 내용을 지우고 다시 녹화하는 것을 3번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최근은 기술이 발달해 더 여러번 쓸 수 있다는 것. 테이프 값은 개당 2만5천원 정도다.

이처럼 온갖 절약 아이디어가 만발하는 데 대해 한 방송사PD는 “비용 절감을 실천하기에 앞서 이로 인해 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지지는 않을런지 따져봐야 할 것” 이라고 무조건적인 제작비 삭감을 경계했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