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윤리경영 교과목 만들어 경영대 학생에 필수과목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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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윤리적으로 경영하지 않으면 존속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기업인을 길러내는 경영대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경희대 서영호(53·사진)경영대학장은 6일 “이르면 내년부터 윤리경영과 관련된 교과목을 만들어 경영대 학생들에게 필수 과목으로 가르칠 계획”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경희대 경영대학은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연다. 경희대가 개교 60주년 기념으로 진행하는 ‘세계시민포럼(WCF)’ 행사의 일환이다. 이번 학회에는 유엔 ‘책임경영교육 사무국(PRME)’의 마누엘 에스쿠데로 사무국장과 미국 노터데임대의 올리버 윌리엄스 교수, 일본 게이오대의 우메즈 미쓰히로 교수 등 윤리경영 분야의 석학들이 참석한다.

서 학장은 “지난해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윤리경영에 대한 관심을 키운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지난 10여 년간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 저개발국의 노동력 착취 문제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기업활동이 지나치게 수익과 효율성만 생각한 것 아니냐는 반성이 있었다”며 “미국발 금융위기는 이에 더해 기업인의 윤리적 책임 문제까지 제기했다”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윤리경영 등과 관련해 가장 주목할 만한 협약이자 단체가 UNGC(UN Global Compact)다. 2000년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 제안해 만들어진 이 국제협약은 노동·인권·환경·반부패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10가지 원칙을 담고 있다. 전 세계 120여 개국 5216개의 단체가 가입해 있으며 우리나라도 119개 기업·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UNGC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룬다면, 기업인을 양성하는 경영대학 교육 분야에 초점을 맞춘 것이 유엔 PRME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07년 7월 UNGC 정상회의에서 제안해 만들어진 기구다. 기업들이 윤리적 경영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에 대한 교육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조직은 UNGC에 비해 아직 국내에서는 인지도와 참여가 낮은 편이다. 현재 국내 대학으로는 경희대와 KAIST, 아주대, 한국과학종합대학원 등 네 곳만이 가입해 있다. 반면 선진국은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서 학장은 “미 노터데임대 경영대학원에는 윤리경영 문제를 전담하는 교수만 다섯이나 되고 일본 게이오대나 중국 칭화대 등 아시아권 대학들의 관심도 많다”며 “앞으로 국내 경영대학에서도 윤리경영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서 학장은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희대 경영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한국품질경영학회장을 맡고 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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