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치 이종범-구지, 유격수 불꽃 다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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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종범이냐, 구지냐.” 굴러온 돌 (?) 들의 주전 유격수 자리잡기 경쟁이 오키나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주니치 드래건스의 이종범은 2일 오전7시30분부터 가벼운 산책을 하며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이틀째를 맞았다.

'한국최고의 유격수' 란 명성을 등에 업고 현해탄을 건넌 이종범이지만 주니치에도 만만치 않은 적수가 있음을 이날 실감했다.

프로 7년생인 구지 데루요시 (29)가 바로 그다.

구지는 주니치가 지난해말 수비보강을 위해 강타자 다이호를 내주고 한신으로부터 데려온 거물급 내야수. 지난해 일본 올스타전에 출전했을 뿐 아니라 1백26게임에 유격수로 선발출장해 타율 2할5푼7리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주니치 호시노 감독은 이종범 영입을 예상하지 못해 이종범에 한발 앞서 구지를 데려왔다.

따라서 이종범이 주니치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박혀있는 돌' 을 빼내는 게 아니라 구지를 물리쳐야 한다.

이종범은 이날 오전 러닝과 캐치볼을 마친 뒤 내야수 전원이 투입된 수비훈련에 들어갔다.

주전 유격수 후보들의 경쟁을 놓칠 수 없다는 듯 50여명의 보도진들은 이종범.구지, 또다른 유격수 진도.2루수 다스나미가 한조가 된 2루 쪽으로 카메라를 집중시켰다.

30여분간의 수비훈련에서 구지는 일본프로야구 최고수준급 유격수답게 부드러운 캐치와 날렵한 송구동작으로 야마다 내야코치를 흡족하게 했다.

반면 이종범은 아직 구장이 익숙지 않는 듯 몇차례 공을 더듬었지만 총알같은 송구를 선보이며 강한 어깨를 과시했다.

일본 취재진들은 “타격은 이종범이 앞서지만 수비는 구지가 나은 것같다” 며 “둘 중 한명은 다른 포지션으로 바꿔야 할 것” 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종범은 오후훈련에서는 외야타구 캐치볼을 함으로써 외야수로 변신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에 대해 한국어통역 최인호씨는 “호시노 감독이 모든 선수들에게 1인 2포지션 훈련을 받도록 지시했기 때문에 외야훈련을 받는 것일 뿐” 이라고 설명했다.

이종범은 “최종 결정은 감독 몫이고 나는 최선을 다할 뿐” 이라고 각오를 새롭게 했다.

오키나와 =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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