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통일원 위상격하 재검토를…대북정책등 부작용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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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현재의 정부조직개편 시안에 의하면 통일원은 부총리제를 폐지해 장관급의 '통일부' 로 개편하기로 돼있다.

이 안은 통일원의 위상을 격하함으로써 앞으로 대북.통일정책에 큰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몇가지 점에서 재검토가 요청된다. 첫째,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의 사명' 이라는 통일명제를 선언해 왔고, 특히 현행법은 평화통일 지향 조항을 신설했다.

이러한 평화통일 규정은 헌법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국가적 과제로 함과 동시에 헌법정책의 목표로 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통일원의 기능과 역할은 바로 헌법정책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둘째, 정부조직법은 통일원이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해 관계각부를 총괄하도록 했고 통일원장관을 부총리급으로 했다.

이는 통일업무의 중요성과 종합적 성격을 반영한 것이다.

통일원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한 것은 통일관련업무의 총괄.조정을 통해 정부의 대북 및 통일정책의 체계성과 효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일원의 위상을 격하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셋째, 시안에서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안전보장회의' 를 상설기구화해 통일정책 등에 관해 총괄.조정기능을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는 헌법상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대외정책.군사정책과 국내정책의 수립에 관한 대통령자문기구로서 국가안보문제를 주로 다룬다.

이 안은 헌법에서 '평화통일정책의 수립에 관한 대통령자문기구' 로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를 설치해 국가안보에 관한 자문과 통일정책에 관한 자문을 구별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헌법상 문제가 있다.

넷째, 그동안 대북정책의 혼선과 일관성 결여는 통일원이 통일정책의 주도권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는 그간 청와대와 안기부가 주도한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 를 통해 사안별로 대응함으로써 야기된 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향후 새로운 통일환경을 맞아 대북 및 통일정책은 통일원을 중심으로 추진돼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통일부총리가 주도하는 '통일관계장관회의' 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참고로 독일의 경우 옛서독은 '내독관계부 (BMB)' 를 설치해 통일관련업무를 총괄적으로 시행했다.

특히 옛동독과의 모든 대화와 협상, 관계개선에 관한 업무는 내독관계부를 통해 사전에 준비.조성됨으로써 통일업무의 체계성과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도 평소 통일정책수립 및 집행주체 문제와 관련해 통일원의 위상제고와 기능강화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막상 정부조직개편안을 보면 차기대통령의 이런 지론이 흔들리고 있음을 엿볼 수 있고 정부조직개편이 자칫 정치논리나 권력배분 문제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도 있음을 우려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차기대통령이 '초심' 의 철학으로 정부조직개편 문제를 다뤄주길 바란다.

장명봉〈국민대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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