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도네시아 위기 강건너 불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인도네시아 민간기업들의 모라토리엄 (채무지불유예) 선언 가능성은 한국의 경계심을 자극하고도 남는다.

똑같이 IMF의 구제금융에 의존하고 있는 신세에서 봐도 그렇고 한국의 대 (對) 인도네시아 융자 및 투자가 60억달러를 넘는다는 통계를 봐도 그렇다.

만약 오늘의 추측대로 인도네시아 민간기업 2백여군데가 조만간 지불유예를 선언할 경우 한국 기업이 직접 투자한 10억달러는 물론 은행과 종금사 등 금융기관이 투자한 50억달러도 회수전망이 불투명해진다.

또한 이곳의 경제위기 악화는 아시아 전체로 파급된다.

이렇게 되면 뉴욕 외채협상의 성공으로 겨우 숨을 돌린 한국의 외환위기는 다시 도질 염려가 있다.

간신히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맞춘 금융기관들도 부실채권 증가로 새롭게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지 모른다.

정부는 물론 해당기업들은 이미 늦었을지 몰라도 가능한 한 많이 채권 확보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지불유예 가능성은 수하르토 대통령이 IMF 프로그램의 전면 수용을 재천명했을 때 벌써 예견됐던 일이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위기의 기업을 살리기 위해 32%나 늘린 팽창예산을 짰다가 긴축을 요구하는 IMF의 요구에 굴복하고 민간기업의 경영투명성을 요구하는 데로 선회했다.

정부의 빚보증을 못 받은 인도네시아 민간기업들은 지난해 7월 촉발된 외환위기로 최고 5백%까지 외채상환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루피아화 환율이 반년 사이에 80%나 절하됐고 거기에다 경제난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두 달 먼저 IMF의 문을 두드린 인도네시아의 경제개혁은 16개 부실은행을 폐쇄하는 등 한때 과감한 면도 보였으나 경상 국내총생산 (GDP) 의 50%에 이르는 1천4백억달러의 과다한 외채부담 자체가 경제회생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외환위기를 숨가쁘게 넘기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내 (域內) 채권국가인 일본 등의 이웃돕기정책은 그 효과가 미미하고 오로지 자력갱생의 길만이 해결책임을 시사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