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그믐달처럼 살아라 한다
그믐달처럼 살아라 한다
- 박목월 '산이 날 에워싸고'
박목월 (朴木月.1916~78) 의 '윤사월' '청노루' '나그네' 같은 시들을 보고 '북에 김소월, 남에 박목월' 이라고 정지용이 격려했다.
이 시에는 도연명의 '귀거래사' 처럼 늙어 고향으로 돌아온 것도 아닌 타고난 출생지에의 체념이 있다.
처음부터 산에 에워싸여 씨나 뿌리고 밭이나 갈다가 그믐달처럼 사위어가는 숙명을 아무 탈 없이 받아들인다.
수동 (受動) 은 자아를 어디로 떠내려보내기도 한다.
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