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아티스트들 공연료 인하 자청…85%나 내리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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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정입니다.

한국팬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합니다.”

환율인상으로 외국 아티스트의 내한공연이 연이어 취소되는 우울한 상황에서 세계 굴지의 매니지먼트사 해리슨 패롯은 지난달말 국내 공연기획사인 크레디아 대표 정재옥 (36) 씨에게 반가운 팩스 한장을 날렸다.

오는 5월10일 예술의전당에서 내한공연을 갖는 세계 정상급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의 개런티를 예년 수준 (5만달러) 의 85%를 할인, 1천5백만원만 받겠다는 것. 실로 파격적인 금액으로 현재 환율로 계산해도 종전 개런티의 20%에 불과하다.

공연무산 위기를 모면한 정씨는 아슈케나지의 배려에 화답하는 의미에서 95년 당시 1만~7만원 받던 입장권을 1만~5만원으로 낮추고 특별히 7만원권 채리티석 2백석을 마련, 판매액 전액은 국제통화기금 (IMF) 외채상환 기금에 헌납키로 했다.

또 피아니스트 머리 페라이어, 바이올리니스트 레일라 조세포비치 등도 개런티를 낮춰 예정대로 공연을 추진할 계획이며 6월 공연을 계획중인 뉴욕필도 개런티를 예년의 48% (공연당 6만달러) 선에서 제안해온 상태. 어차피 아시아 순회공연 일정이 잡혀있는 데다 어려울 때 한국팬들에게 서비스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때문. 한편 지금까지 달러로 계약해왔던 피아니스트 백건우,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줄리엣 강 등 외국거주 한국인 아티스트들은 올해 내한공연에서 원화 베이스로 개런티를 받기로 결정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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