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신한은행 국내 첫 '은행내 은행제'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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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 은행에 은행장 7명' . 전무에서 말단행원까지 모두 은행장만 바라보고 움직이는 수직적 지휘계통을 지닌 은행조직엔 도저히 있을 법 하지도 않은 얘기다.

그러던 은행조직에 새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국내금융계에선 처음으로 '은행내 소은행' '기업내 기업' 제도를 도입했다.

기업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소사장 (小社長)' '사내기업' 과 비슷한 개념이다.

표현이야 어쨌든 전통적 피라미드형 조직을 확 흔들어 수익과 효율 위주로 다시 짜려는 것이다.

성패 (成敗) 는 두고봐야겠지만 금융기관의 대량감원에 이은 대대적 조직개편의 신호탄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한은행은 우선 19개부로 나뉘어 있던 본점조직을 개인고객.중소기업.대기업.국제영업.기획조정.지원본부 등 6개 본부로 개편했다.

이들 본부는 앞으로 각각 별도의 은행으로서 엄격한 독립채산제로 운용된다.

신한은행은 이들 6개 은행의 연합체가 된 셈이다.

정치로 말하면 중앙집권주의에서 연방주의로 바뀐 것이다.

본부장을 맡은 임원은 은행장으로서 인사.예산권을 갖는 동시에 결산이 끝나면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도 받는다.

이에 따라 조직 내부에서 경쟁이 치열하게 일어날 것으로 은행측은 예상하고 있다.

서로 별도조직으로 움직이므로 종전의 '업무협조' 가 이제부터는 '거래관계' 로 바뀌게 됐다.

한솥밥 먹는 직원끼리 도와가며 처리해오던 일들도 일일이 손익 (損益) 을 따져 해야 한다.

이익이 많이 나면 그만큼 별도의 보상을 받게 되므로 서로 양보가 있을 수 없다.

감량경영으로 인건비까지 삭감된 판에 서로 봐줄 입장도 아니라고 한다.

신한은행은 또 여신관리부를 행내의 연체관리회사로 독립 운용키로 했다.

성업공사가 은행들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듯 여신관리부는 각 지점으로부터 연체대출을 사들여 처분하게 된다.

앞으로 지점장들은 연체대출을 떠안고 끙끙 앓을 필요없이 헐값에라도 여신관리부에 팔아넘겨 부실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또 여신관리부는 경매를 하든 성업공사에 넘기든 지점에서 사들인 것보다 비싸게 처분하기만 하면 이익을 내게 된다.

이와 함께 관심을 끄는 것은 점포의 전문화다.

신한은행은 전국의 지점을 기업고객만 전담하는 곳과 개인고객만 상대하는 곳으로 나눴다.

백화점식 점포에서 고객별 전문점포로 바꾼 것이다.

지금까지는 각 지점이 모두 일반여수신.당좌.외환 등의 업무를 모두 다뤘지만 앞으로는 기업고객점포는 대출.당좌.외환 등 기업금융서비스만 맡고 개인고객점포는 일반여수신업무만 한다.

업무가 집중됨으로써인력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최근 일본은행들이 도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조만간 국내은행들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량감원에 따른 인력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돼 각 은행들이 도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부에 시장경쟁원리를 도입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 이번 개편의 취지" 라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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