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 샘재마을, 마을 수호나무 영적보상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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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고속도로 확장공사로 이전이 불가피한 마을 수호나무에 대해 주민들이 '영적 (靈的) 보상' 을 요구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제의 나무는 하남시천현동 샘재마을 어귀에 있는 40년생 소나무. 도로공사측이 중부고속도로 하남~호법간 왕복4차로를 8차로로 확장하면서 나무 이전비용으로 40만원을 보상하겠다고 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 주민들은 수령이 40년밖에 안됐지만 5백여년전부터 격년으로 군웅성신제 (群雄聖神祭) 라는 제사를 지내며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해온 소나무의 '정신적 후손'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0년전 이 나무의 전신이 태풍때 벼락을 맞고 수명을 다하자 주민들이 그 자리에 지금의 소나무를 심고 변함없이 이 나무를 신성시해왔다는 것. 2년에 한번씩 음력 정월초사흘날 나무에 제사를 올려왔는데 주민들은 특히 이 덕분에 일제때를 비롯, 6.25, 월남전을 거치면서도 마을사람들이 한명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온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도 제삿날이면 마을을 떠난 사람들도 돌아와 함께 제사를 지낼 만큼 마을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 로 자리잡고 있어 주민들은 이 나무에 대한 영적보상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하남시천현1통장 이종길 (48) 씨는 "우선 나무를 옮기려면 동네굿을 해야한다" 며 "이 비용과 이전부지확보.지관초청등으로 2천만원이상이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도로공사측은 "우리가 제시한 보상비 40만원은 감정평가사를 통해 책정된 것" 이라며 "나무에 대한 영적보상은 선례가 없고 내부규정에도 없는 것" 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최소한의 것" 이라며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나무를 옮길 수 없다" 고 맞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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