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만명 '백수대란'…작년말 4년만에 최고 실업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30일 오후2시쯤 도봉구창동 서울북부노동사무소. 실업급여를 받으러 온 밝지 못한 표정의 실직자 20여명이 줄을 서있다.

朴모 (42.서울노원구상계동) 씨는 "마치 '실업급여와의 전쟁' 을 치르는 기분" 이라며 연신 줄담배를 피웠다.

이 사무소 김성애 (金聖愛) 직업안정계장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하루 2백명에 이르고 있어 직업지도관 4명이 근무시간을 2시간씩 연장해 가면서 일을 처리하고 있다" 며 "직업지도와 고용알선을 위한 상담은 엄두도 못낸다" 고 하소연했다.

국내 실업률이 4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실업급여 지급대상으로 인정된 사람을 뜻하는 '실업인정 건수' 가 하루 5천명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30일 노동부에 따르면 설 연휴 직전인 지난 26일 하룻동안 실업인정 건수는 지난해 하루평균 7백28명의 7배가 넘는 5천3백5명으로 집계됐다.

하루평균 실업인정 건수는 96년 1백77명, 97년 7백28명에 그쳤으나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직후인 97년12월엔 1천3백61건으로 급증한데 이어 한달여만에 5천명을 넘어선 것이다.

이에 따라 96년 하루평균 6천9백만원이었던 실업급여 지급액도 97년12월엔 3억7천여만원, 올 1월엔 4억4천여만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루치로는 지난 26일이 7억5천3백만원으로 최고를 기록했다.

한편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97년 산업활동 동향' 에 따르면 IMF 긴급자금 신청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97년12월 한달동안 실업자가 8만4천명 증가했다.

하루평균 2천7백여명꼴로 증가한 셈이며 96년12월에 비해선 37%나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97년12월 실업자는 65만8천명에 이르렀고 실업률은 3.1%로 지난 93년6월이후 4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97년12월 전체 취업자는 2천68만명으로 13년여만에 처음으로 4만3천명 (전년 동월 대비) 이 줄었다.

이하경·고현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