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백일장]98년1월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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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대시조' 는 '현대' 라는 뜻과 '시조' 라는 뜻이 함께 할 때만이 가능합니다.

이 말은 다시 말해서 현대시조는 바로 '오늘의 시조' 라는 뜻입니다.

투고자 대부분 시조는 쓰되, 현대라는 의미를 잊고 있어 안타까웠습니다.

한글로만 쓴다고 현대가 아니고 시어와 소재가 달라지고 표현이 예스럽지 않아야 합니다.

가령 시조에서 흔히 쓰는 '님' 이라는 말을 놓고 볼 때 요즘 자기 파트너를 '님' 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대' 라든가 '당신' 이라든가 '그사람' 이라든가 여러가지 표현방법이 있는데 구태여 '님' 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시조를 현대시로 인식하려는 의식이 부족한 탓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달에도 이러한 현상을 여러 편의 작품에서 볼 수 있었으며 또 다른 하나는 시조의 형식을 모르고 쓰는 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시조는 3장6구의 형식을 갖고 있습니다.

초.중장은 3.4 또는 4.4 (字) , 종장은 3.5.4.3자 (字) 의 음보를 지켜야 합니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시조의 정형에서 어긋납니다.

장원작으로 뽑은 '사모곡' 은 이러한 시조의 형식을 잘 지키면서도 어머니에 대한 정을 '온돌' 처럼 따뜻하게 표현했습니다.

이렇듯 잘 쓴 시조는 말이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표현의 소박성 또한 잃지 말아야 합니다.

또 '그 꽃잎' 을 차상으로 뽑은 까닭은 기본적으로 서정이 탄탄한데다 시조의 정형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호감이 갔기 때문입니다.

차하의 '설야 (雪夜)' 는 단수이지만 짜임새 있는 구성이 평가됐습니다.

시는 구성 못지 않게 이미지와 상징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인식해 주시기 바랍니다.

〈심사위원 : 유재영.이우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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