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한 중국 철녀 예구이 5단…작년 NEC컵 남자강호 연파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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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국의 철녀 예구이 (葉桂.24) 5단이 살짝 한국에 왔다.

예구이5단은 중국바둑계가 보물처럼 다듬어온 차세대 비밀병기. 그러나 지난해말 NEC컵 신예토너먼트에서 남성 강자들을 꺾고 당당 우승하면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 대회엔 저우허양 (周鶴洋) 7단.뤄시허 (羅洗河) 7단.왕레이 (王磊) 6단 등 쟁쟁한 '6소룡' 의 멤버들과 제1회삼성화재 배 본선에 올랐던 위핑 (余平) 6단 등 24명의 강자들이 참가했다.

여기서 여성 예구이5단은 결승에서 뤄시허7단을 꺾은 것까지 내리 5연승을 거두며 우승했다.

예구이는 여성프로 양성의 명문도장 '권갑룡 바둑교실' 에서 3개월 정도 머물 예정이라고 한다.

- 중국 여자바둑은 세계최강이고 한국은 아직 약하다.

그런데 무엇하러 서울에 왔나.

“한국은 남자가 세계최강이다.

견문을 넓히고 싶어 왔다.”

- 한국의 누구 바둑을 가장 좋아하는가.

“조훈현9단이다.

조9단의 전투는 매우 근사하다.”

- 루이나이웨이 (芮乃偉) 9단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그는 중국이 낳은 세계여류최강자다.

하지만 미국에 살기 때문에 실전경험이 부족한 약점이 있다.”

손에 들고 있는 한국어교본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가끔 한국단어를 섞는 그녀는 아주 명랑하고 당차보인다.

권갑룡7단과 그의 친딸인 권효진 초단은 중국여류기사들과 교류가 깊다.

權7단은 그의 도장에서 12명의 프로를 배출했는데 그중 8명이 여성이다.

이들은 나이가 어려 기대주임에 틀림없지만 생각보다 실력이 성큼성큼 늘어주지 않는다.

'중국여성바둑은 왜 강할까. 한국여성들의 장벽은 무엇일까. ' 이런 의문에 사로잡힌 권7단은 지난번엔 자신의 딸을 중국에 보내더니 이번엔 예구이5단을 데려왔다.

예구이는 한국바둑을 배우고 한국여성은 예구이를 배운다.

공평한 일이다.

예구이5단은 “중국에선 남녀차별이 없다.

승부할 때 남성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다” 고 말한다.

한국여성기사들은 어쩔 수 없이 남성을 의식한다고 고백한다.

예구이를 만나고 나서 중국여자바둑이 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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