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빅딜'집중분석]국내·해외 사례…실리 철저히 따졌을 때만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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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해외에서도 현재 제기되는 수준의 '빅딜' 은 많지 않다.

기업 차원의 확실한 비전과 전략이 없다면 어떤 사업을 버리고 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한 점은 성공한 빅딜은 하나같이 기업들이 자기 필요에 의해 철저하게 '실리' 를 따져 이뤄졌다는 점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문은 미련없이 버리면서도 승산있는 분야는 다른 회사의 영업망과 기술력.브랜드등을 취해 경쟁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의 경우 80년대초 현대와 대우가 승용차와 발전설비 사업을 맞바꾸는 '빅딜' 을 추진한 바 있다.

정부가 '자동차 산업 합리화정책' 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였던 이 거래는 그러나 중도에 깨지고 말았다.

◇ 미국 제네럴 일렉트릭 (GE) 과 프랑스 톰슨과의 사업교환 = 지난 87년 GE는 TV사업을 톰슨에게 팔고, 대신 톰슨이 갖고 있던 의료장비사업을 인수했다.

당시 GE의 TV사업은 미국시장에서 25%를 차지했으나 수익성이 떨어졌고, 수지가 좋은 의료기기부문은 해외 사업망 강화가 필요했던 상태. 톰슨의 경우 주력사업인 TV분야의 매출이 작은 반면, 시장 점유율이 높은 의료장비사업은 적자를 내고 있었다.

결국 사업교환을 통해 ▶GE는 유럽 의료장비시장에서 1위로 올라섰고 ▶톰슨은 미국TV시장에서 1위로 부상하면서 유럽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이는 등 두 회사가 모두 짭짤한 이득을 챙겼다.

◇ 알리안츠 (독일).AGF (프랑스).제네날리 (이탈리아) 의 '삼각' 사업 교환 = 지난 97년 프랑스 정부가 국영보험사인 AGF를 시장에 내놓자 이탈리아 보험사인 제네랄리가 적대적 인수를 선언하고 나섰고, 독일최대 보험사인 알리안츠는 AGF에 우호적 인수를 제의했다.

결국 알리안츠는 AGF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자신이 지분을 갖고 있던 독일내 보험사 (AMB) 와 AGF가 지분을 가진 프랑스 보험사 (Athena) 의 영업권을 제네날리에게 넘겨줬다.

사업교환은 3자 모두에게 득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AGF는 적대적 인수를 피하면서 영업권을 확보했고▶알리안츠는 유럽시장의 지위를 굳혔으며▶제네날리는 독일보험시장 진입과 프랑스 보험사의 영업권 확보라는 성과를 올렸다.

◇ 현대와 대우의 사업 교환 = 지난 80년 당시 5공정부는 중복투자를 정리한다는 명목 아래 현대와 대우에게 승용차와 발전설비사업중 양자택일을 강요, 현대의 발전설비와 대우의 승용차사업간의 맞교환이 시작됐다.

승용차시장 3위였던 기아는 1~5t 트럭 생산만 전담하게 됐다.

하지만 현대의 발전설비 이전이 부진하자 대우의 불만이 커졌고, 81년2월 정부는 승용차 생산을 현대와 대우에 모두 허용하고 기아에겐 트럭외에 중소형 버스 생산도 할 수 있게 했다.

그뒤 경제사정이 나아지자 정부가 합리화정책을 포기함으로써 대우와 현대의 사업교환은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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