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앙일보를 읽고…

여행 중 총상 사고…대사관은 외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김선일씨 피살사건에 대한 기사를 읽고 외교통상부의 교민보호 정책이 얼마나 허술한지 새삼 떠올랐다. 나의 아버지는 5년 전 과테말라를 여행하던 중 총상을 당해 1급 장애인이 됐다. 여행 중 닥친 갑작스러운 사고였기 때문에 기댈 곳은 과테말라의 대사관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사관은 우리를 외면했다. 전화해도 받지 않았고 만나주지도 않았다.

범인을 잡는다는 건 꿈도 못 꿀 상황이었고 우리는 죽더라도 한국으로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때 애타게 찾던 대사관 직원이 우리를 찾아왔다. 알고 보니 병원비를 내지 못할까 봐서 병원 측에서 영사를 부른 것이었다. 영사가 우리에게 해준 것은 "병원비를 내지 못할 경우 (과테말라에서) 출국금지를 시킬 수 있으니 한국으로 가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니 병원비를 밀리지 말고 내라"는 통보가 전부였다. 이후 대사관 직원은 볼 수 없었고 결국 우리는 과테말라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목사님 사모님의 도움으로 어렵게 돌아올 수 있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이었고 당연히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잘못된 것인지 묻고 싶다.

ID:yjhkaim.인터넷 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