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WBC 후유증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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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2009 프로야구 투타 부문에서 속속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다. 봉중근(LG)을 제외하면 대부분 내용도 성적표도 훌륭하다.

류현진(한화)은 4일 현재 다승(5승)·승률(1.000)·탈삼진(44개)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6경기에 나서 패배 없이 5승을 거두고 있다. ‘류현진 등판=한화 승리’ 공식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 김광현에게 빼앗긴 탈삼진왕에 욕심을 내고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지난 3일 KIA전에서 볼넷을 5개나 내주는 등 7회에만 6실점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김인식 한화 감독은 “류현진은 아직 멀었다. 우리 팀 최고의 투수는 양훈이다”며 자극하고 나섰다. 팀을 책임지는 에이스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 조치다.

뒷문을 가장 확실히 걸어 잠그는 건 역시 삼성이었다. 필승 계투조인 권혁-정현욱-오승환(사진右)이 각각 홀드와 구원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WBC에서 위기마다 등판해 불을 끈 정현욱은 정규시즌에서도 꾸준한 구위를 선보이며 홀드 6개를 따냈다. 다소 불안했던 오승환 역시 특유의 승부욕이 더해지며 부진을 떨쳐내고 있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오승환의 페이스가 지난해보다 좋다. 벌써 직구 스피드가 150㎞를 오가고 있다. 마무리 걱정은 없다”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였다.

타석에서는 정근우(SK)가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혼자 북 치고 장구도 친다. 4일 현재 타율(0.426)·최다안타(46개)·득점(27점)·도루(10개)에서 모두 선두다. SK 팬들은 정근우가 타석에 들어서면 ‘안타’, 루상에 나가면 ‘뛰어’를 연방 외친다. 타순을 자주 바꾸기로 유명한 김성근 SK 감독도 정근우만큼은 부동의 1번 타자로 기용하고 있다. 김 감독은 “3년간 SK 감독을 하면서 1, 2번 타자를 바꾸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범호左의 홈런 페이스는 2003년 이승엽의 페이스를 연상시킬 정도다. 벌써 9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대로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53~54개 정도의 홈런도 바라볼 수 있다. 이승엽의 아시아 홈런 신기록인 56개에 근접한 수치다. 영양가 있는 홈런으로 타점 선두 타이틀까지 덤으로 얻고 있다. 지난달 30일 청주 LG전에서 3홈런·8타점으로 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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