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노스바스의 추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왕년의 섹시스타 폴 뉴먼 (설리반 역) 은 영화 속에서 이제 늙고 외로운, 일에서 손뗄 날이 얼마남지 않은 건축현장 인부다.

누구 탓도 아니다.

돌박이 아들과 아내를 내버려두고 바람처럼 인생을 즐기듯 살아온 결과니까. 요즘도 젊은 유부녀 멜라니 그리피스 (토비 역) 와 그렇고 그런 관계. 게다가 그 남편은 브루스 윌리스 (칼 역) 다.

때는 우리네 설분위기와 비슷한 추수감사절. 평생을 가족에 대해 무책임하게 살아온 그에게 아들과 손자가 찾아오면서 명절의 전통적인 메시지,가족간 화해의 드라마가 시작된다.

서먹하기 짝이 없는 부자 사이 대신,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에 싹트는 새삼스런 애정이 화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감독 로버트 벤튼의 영화이력에는 해체위기에 놓인 미국내 가족문제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기록돼있다.

이혼부부의 자녀양육권다툼을 소재로 한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79년.감독) 는 물론이고, 친부모와 양부모가 동시에 설정된 '수퍼맨' (78년.대본공동집필) 의 은유를 기억해보라. 감동의 명화로 기억되는 '마음의 고향' (84년.대본.감독) 도 그의 작품. 한 편 더 기억하자면 뉴아메리칸시네마 계보의 첫머리에 오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67년.대본 공동집필) . 폴 뉴먼의 연기에 베를린영화제는 당당히 '수상' 의 영광을 안겨주었다.

또 한사람 주목할 연기자는 설리반의 셋집주인이자 중학시절 담임 미스 베릴로 나오는 제시카 탠디.

이후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