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도서관 15℃ 국회의원회관 25℃…에너지절약의 두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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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민들은 추위에 떨고 사회지도층은 덥다고 창문을 연다.

전사회적으로 에너지 절감운동이 벌어지면서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서민들은 지나칠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으나 국회의원회관 등은 실내온도가 초여름 날씨를 방불케 해 눈총을 받고 있다.

23일 오후2시 서울지하철 5호선 충정로역. 친구를 만나기 위해 모처럼 외출한 하반신마비 장애인 강희연 (姜希娟.26.여.서울은평구증산동) 씨는 지하2층 승강장에서 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멈춰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당황했다.

안내문이나 역무원 호출버튼을 찾을 수 없었던 姜씨는 10여분동안 목발을 짚고 20여m의 계단을 힘들여 오를 수밖에 없었다.

지하철공사는 최근 24개역에 설치돼 있는 1백37대의 에스컬레이터 가운데 시청.이대입구 등 10개역을 제외한 나머지 역에서 에스컬레이터 운행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이에 따라 최근 물가 및 유가 급등에 따라 지하철로 몰리고 있는 시민들은 오후1~5시, 오후8시 이후에는 이용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서울종로구화동 시립정독도서관과 외국어대 도서관 등 일부 공공.대학도서관도 최근 연료비 급등을 이유로 난방시간을 크게 단축, 시립도서관의 경우 온도가 15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풍문여고 2년 배미란 (裵美蘭.17) 양은 "과외비를 아끼려고 공공도서관을 찾는 친구들이 많아졌는데 손이 시릴 정도로 추워서 공부를 못할 지경" 이라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23일 오후3시 서울영등포구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출입문을 열고 건물로 들어서자 더운 기운이 후끈 밀려온다.

사무실 곳곳엔 소매를 걷어붙이거나 반팔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이곳에는 방마다 온도조절기가 달려 있지만 일부 사무실은 출입문이나 창문을 열어 더위를 식혀 별천지라는 인상이다.

게다가 1층 식당입구엔 불필요한 샹들리에가 환히 불을 밝히고 있고, 6대나 되는 엘리베이터를 일일이 살펴봐도 흔한 격층운행 안내문 하나 보이지 않았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14일에 이어 22일 두번째로 서울시내 국회의사당과 정당당사.호텔.백화점 등 대형 건물의 실내온도를 조사한 결과 일부 건물의 실내온도가 여전히 초여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원회관은 1차조사때의 섭씨 23.5도보다 높은 25.2도를 기록했으며 국민회의 당사도 20.2도에서 22.8도로 오히려 실내온도가 높아져 에너지 절약에 가장 무관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종문.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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