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 미셸 세베리노 세계은행 부총재…"빅딜 기본적으론 옳은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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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가 왜 취임전 강도높은 기업 구조조정을 가시화하기를 원하는지 이유가 궁금하다.

왜 빅딜 (기업간 사업교환) 같은 아이디어를 확신하게 됐는지, 누가 자문했는지 기업으로선 관심의 대상이다.

하나의 단서로 잇따라 방한해 金당선자를 면담하는 국제기관 대표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장 미셸 세베리노 세계은행 (IBRD) 부총재는 金당선자가 대기업그룹에 대해 사업교환을 포함,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시사했다.

그는 조지 슈티글리츠 수석부총재 밑에서 유럽과 동아시아지역을 담당하는 여러명의 지역담당 부총재중 한명이다.

- 현재 대기업그룹의 강도 높은 구조개혁이 이슈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金당선자가 법이나 제도에 의거하지 않고 사업교환 등을 요구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도 있는데….

▶세베리노 부총재 = 첫째, 金당선자는 누구와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자신의 견해를 밝힐 수 있다.

그의 견해를 따를 것인가는 기업이 알아서 할 문제다.

둘째, 나는 金당선자가 주장한 방향이 기본적으로 옳다고 본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그동안 전세계적으로 광범하게 인정돼온 입장이다.

즉 한국의 대기업은 자기자본이 지나치게 적은 반면 은행으로부터 과다하게 차입하면서 여기저기 지나치게 사업을 벌여 왔다.

- 방향이 맞아도 법.제도를 바꿔 절차의 정당성을 고려해야 하지 않는가.

▶세베리노 = 다른 유럽국가에선 재무장관이나 다른 고위관료가 의견을 피력하지만 은행이 따르지 않는 경우도 많다.

무엇이 문제되는가.

- 한국에서 대통령, 특히 당선 초기 대통령의 견해는 의미가 다르다.

▶세베리노 = (웃으면서) 여기에서는 대통령의 말이 무슨 법령포고와 다름없는가.

물론 나도 직접 기업에 강요하거나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 한국에선 왜 미국 금융기관들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고금리를 요구하고 있는지 의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회담에서 실제로 타결될 금리수준에 대해 예상치를 말해줄 수있겠는가.

▶세베리노 =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협상은 어디까지나 협상이다.

초기엔 당연히 높은 수준을 내거는 것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한국 정부.금융.기업 개혁이 얼마나 빠르게, 또 폭넓게 진행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 방한중 만난 노조 지도자들이 노동시장 유연성과 관련해 강한 입장을 피력한 모양인데 인상은 어떠했는가.

▶세베리노 = 민주노총 대표자들은 현행법 체계 아래에서도 요건만 갖추면 고용조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노조측은 기업 지배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고용조정이나 파산에 대비한 제도적 안전장치가 없는 것에 대해 불안을 표시했다.

- 그같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차관을 들여와 실업 지원이나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에 쓰겠다고 밝혔는데 IBRD 구조조정 차관이 이 부분에 사용될 수 있는가.

▶세베리노 = IBRD의 기본 입장은 한국은 고용조정과 관련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세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기왕의 고용보험 적용범위를 확충하는 것이다.

둘째, 고용보험 헤택을 못받는 실업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부조를 정부예산으로 늘려 공적 지원을 늘리는 것이다.

장현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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