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얼굴' 둥젠화, 경기침체에 시무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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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재로선 뾰족한 수가 없군요. 내년이나 기대해 봐야지요.” 지난 15일 올들어 처음 출석한 입법회에서 경제난해소를 위한 대책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둥젠화 (董建華) 홍콩특구 행정장관이 마지못해 내놓은 맥빠진 처방전이다.

주권회복후 6개월간 늘 자신있고 정력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董장관에게선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그만큼 현재 홍콩이 처한 경제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페레그린 파산.쉬로더스증권 홍콩지역본부 폐쇄.신허 (信和) 부동산 부도설.홍콩은행에 대한 무디스사의 등급하향조정.관광객 급감 등 새해들어 악재들이 정신없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자연 홍콩인들의 사기도 눈에 띄게 잦아든 상태다.

명보 (明報)가 1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홍콩인들의 경제활동의욕과 소비의욕은 지난 85년 첫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85%였던 소비의욕도 이젠 78%로 떨어졌다.

실업률도 지난해 8월 2.2%에서 12월엔 2.5%로 올랐고 춘절 (구정) 이 끝나면 2.8%대까지 껑충 뛰리란 게 홍콩총상회의 예측이다.

경제가 흔들거리자 董장관에 대한 홍콩인들의 신뢰에도 서서히 금이 가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董의 통치방식이 회사경영 방식과 같은 '사사건건 챙기기식' 이어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한 것. 비교적 호의적이었던 홍콩언론들도 최근 董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홍콩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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