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개방제 도입 목소리 고조…"첨단시설·의료장비 함께 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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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국내에도 미국식 개방형 병원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료계에서 일고 있다.

대한일차의료학회와 대한병원협회가 최근 전국의 병원관리자 40명과 개원의 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개방형 병원 시스템의 국내도입에 70%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난 것. 개방형 병원 시스템이란 종합병원 스태프뿐 아니라 동네 개원의들도 자신의 환자진료를 위해 종합병원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병원을 개방하는 제도로 현재 미국등 선진국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개방형 병원의 장점은 고가의 의료장비와 병원시설을 의사들끼리 공유함으로써 불필요한 의료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 특히 개원의원도 종합병원과 경쟁하기 위해 첨단진단장비나 치료설비들을 갖추고 있는 국내 실정을 감안할 때 개방형 병원의 도입은 환자와 의사를 위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도 개방형 병원은 필요하다.

이미 진료의뢰서 발행기관의 하나로 전락해버린 1차진료기관의 제대로 된 자리매김을 위해선 간단한 수술이나 분만, 입원치료의 경우 처음 진료를 본 주치의가 계속 진료를 담당해야 한다는 것. 개방형 병원이 도입되면 개원의사들도 최소한의 시설만으로 환자를 진료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병원으로 옮겨 계속 진료를 할 수 있게 된다.

병원 입장에서도 남아도는 병실과 진단장비들을 활용할 수 있어 누이좋고 매부좋다는 것. 대한병원협회 성익제사무총장은 "열악한 국내의료환경의 개선을 위해선 환자와 의사.병원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개방형 병원의 도입이 시급하다" 고 주장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도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점은 개방형 병원의 도입에 의료보험수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 병원입원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개원가 의사들이 반나절 정도 진료를 포기해야 하므로 병원까지의 왕복교통비와 시간손실까지 의보재정에서 일정부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자들이 1차진료기관 의사를 신뢰해 개방형 병원으로 가기보다 바로 유명종합병원을 찾으리란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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