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요리]이미경씨네 꿩메밀국수…제주서 겨울에 즐긴 보신음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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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바람은 거세지만 낭만적인 겨울바다와 노을빛에 물든 아름다운 억새풀 언덕, 새하얀 눈꽃에 덮힌 한라산…. 제주도출신의 주부 이미경 (李米頃.27.서울마포구성산1동) 씨는 겨울엔 더욱 고향생각이 난다.

특히 설 무렵이면 그리운 것은 친정어머니 홍정임 (洪丁壬.52.제주시삼양2동) 씨가 끓여주던 담백한 꿩메밀국수. 李씨가 오랜만에 딸의 집을 찾은 어머니를 더욱 반긴 것은 멀리 제주에서 직접 가져오신 꿩고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너보다 네 동생 해주려고 온 거야. 네가 결혼 한 다음에 혼자서 자취한다고 얘 마른 것 좀 봐라. 넌 가까이 살면서 동생도 잘 안 챙겨주니?” 짐짓 꾸중이라도 하는 듯 하지만 李씨는 그 속에 담긴 친정어머니 마음을 잘 안다.

자식들을 모두 객지로 보내놓고 그 걱정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는 어머니. 결혼한 李씨의 두 언니는 일본과 부산에 살고 있고 그 역시 결혼 전에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李씨를 비롯한 자매들 모두 시집에선 신정에 차례를 지내기 때문에 설날엔 4남매가 모두 제주도에 모이곤 했다.

그때 洪씨가 항상 차려주는 음식이 바로 꿩메밀국수다.

“제주에선 11월~12월에 꿩사냥을 많이 해요. 그래서 햇메밀도 12월에 나오기 때문에 꿩메밀국수는 1월쯤이 제철이죠. 고기도 닭고기보다 쫄깃하고 메밀국수도 제주에선 껍질을 벗겨 빻은 가루로 만들어 아주 부드러워요. 우리집에선 옛날부터 많이 해먹었는데, 아이들이 객지생활을 하게 된 후론 꿩고기만한 보약이 없다는 생각에 꼭 설날이 아니라도 흩어져 사는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꿩메밀국수를 해주곤 하죠.” 요즘 제주엔 꿩을 사육하는 수렵장도 따로 있어 사냥꾼들을 통해 꿩고기를 구하기 쉬워졌다.

한마리 1㎏에 1만5천원정도라고. 서울에도 꿩요리집은 제법 생겼지만 꿩고기를 따로 구입하기 힘들다는 李씨에게 어머니 洪씨는 “재료는 내가 사서 보내줄께 김서방도 몸보신 좀 시켜줘라” 고 당부하는 걸 잊지 않는다.

김정수 기자

요리법

▶재료 (10인분) =꿩고기500g, 메밀가루2㎏, 물1500㏄, 무우1/4개, 쪽파.소금 약간씩

▶만드는법 = ①꿩고기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게 토막내어 끓는 물에 넣고 1시간 정도 육수를 우려낸다.

②메밀가루를 찬물로 반죽한 뒤 밀대로 밀어 칼국수 모양으로 썰어둔다.

③무는 채를 썰어 육수에 넣고 소금간을 하여 한소끔 끓인다.

④메밀국수는 상에 내기 직전 육수에 넣고 4~5분 끓인 뒤 송송 썰은 쪽파를 넣어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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