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실업시대]下.발등에 불 노동개혁(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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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아무런 준비 없이 맞닥뜨린 대량실업 사태는 메가톤급 사회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대량실업의 파급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파제는 마련돼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대답은 "글쎄…" 다.

전문가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정부가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엄청난 규모의 해일 (海溢) 을 만난 상황이라 충격을 얼마나 완충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직자들이 가장 먼저 의존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는 실업급여다.

올해에만 이미 지난 한햇동안의 실업급여 신청자의 절반에 달하는 2만4천1백17명 (16일 현재) 이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특히 "금융산업 구조조정이 본격 시작되면서 신청자 수는 올 한햇동안 20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 이라는 게 노동부 신명 (申명) 실업급여 과장의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는 실업급여 적용대상이 한정돼 있어 그나마 받을 수 있는실직자는 어느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전체실업자의 7.4% (연간 총인원 기준으로는 2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세계은행 (IBRD) 지원금 10억달러로 장기실업자 생계비와 의료보험료, 자녀학자금 등을 장기저리로 지원한다는 정부계획이 다소 위안이 되는 부분이다.

또 다른 안전판인 재취업 알선 및 직업훈련 기능도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실직자 직업알선 능력이 선진국의 5분의1 수준이라는 게 정부의 고백이다.

하지만 실상은 더욱 부실하다.

공공 취업알선기구 및 전담직원 수는 일본의 10분의1에 불과하고 취업상담요원 1인당 경제활동인구 수는 독일의 39배에 달한다.

취업정보망에 뜨는 구인정보의 양은 10%로 미국의 3분의1 수준이다.

충남대 정연택 (鄭然宅) 교수는 "취업알선은 고용정책의 유통망이며 고용창출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실직자의 직장탐색기간을 줄여주는 보완책이 될 수 있다" 고 알선망 확충을 적극 촉구한다.

직업훈련 역시 생산.기능직에 주로 치중돼 올해 대량발생이 예상되는 사무.관리직 실직자의 취업훈련에는 거의 적합치 못한 상황이다.

박동운 (朴東雲) 단국대교수는 "금융산업 등 화이트칼라 실직자들에게는 실효성 없는 기존 직업훈련 등 전통적 실업대책 대신 창업지원 같은 별도대책이 필요하다" 고 지적한다.

일자리 창출은 가장 적극적인 실업대책이다.

없어지는 일자리보다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많으면 실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90년대 중반이후 흑자기업도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을 했다.

이 과정에서 정리해고가 불가피했지만 새로운 일자리도 끊임없이 생겨나 결과적으로 실업률이 낮아졌다.

우리 정부도 이점을 이해하고 있다.

올해 2천개 벤처기업 창업을 지원 (1개 기업에 최대 3억원) 하고 실직자에 대해서도 창업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하지만 문제는 4조5천억원에 달하는 재원이다.

무기명장기채를 발행해 마련한다는 계획도 재정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려움이 많은 게 현실이다.

이훈범·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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