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찰거머리 수비수 박규현, 득점포 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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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나는 공격도 잘해요.” 프로농구에서 한 선수의 갑작스런 (?) 변신이 주목을 끌고 있다.

상대의 주득점원을 묶는데 전념하던 수비전문 선수가 돌연 매서운 공격의 칼날을 뽑아들었기 때문이다.

LG 박규현 (24) 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1m85㎝.73㎏의 다소 가냘픈 체구를 지닌 박은 1백m를 12초에 끊는 준족과 투지를 바탕으로 한 찰거머리 수비가 전문인 식스맨이었다.

수비에 전념하는 탓에 공격기회는 별로 없어 득점만 보면 상대팀에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했다.

경기당 평균 7득점 가량에 머무를 정도였다.

이때문에 농구팬들은 박을 고려대 시절부터 수비가 뛰어난 선수 정도로만 기억할 뿐이다.

그러나 박규현이 달라졌다.

박은 지난 14일 강호 기아와의 창원 홈경기에서 주전으로 출전, '농구 천재' 허재를 21점에 묶으며 자신은 무려 25점을 넣어 팀 승리에 일등공신이 됐다.

LG 벤치조차 뜻밖의 활약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박은 17일 선두 현대와의 경기에서도 3점슛 3개를 포함해 19점을 넣으며 승리에 일조, 자신의 변신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또 18일 기아전에서는 팀은 비록 패했으나 허재를 6득점에 묶고 자신은 13점을 올리는 활약을 펼쳤다.

최근 주포 양희승이 아킬레스건 파열로 출장이 불가능하게 돼 공격력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됐던 LG로서는 박의 변신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

강력한 수비력과 뛰어난 공격력을 겸비한 선수를 새로 얻은 셈이기 때문이다.

과연 박규현이 새로운 만능선수로 화려하게 재탄생할 수 있을지 자못 흥미롭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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