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파산 신청 … 오바마 “회생 위한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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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파산보호 신청이 결정된 순간에도 크라이슬러의 로버트 나델리 최고경영자(CEO)는 담담했다. 85년 역사의 대형 자동차업체를 파산에 이르게 한 CEO라는 오명을 안고 물러나게 된 그다. 그러나 자신의 사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파산보호 신청이 바라던 결과는 아니지만 최소한 브랜드를 회생할 기회만큼은 남겨뒀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이날 뉴욕 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컵에 물이 반이나 줄었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한다”며 크라이슬러의 현주소를 에둘러 표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 결정을 발표하며 “(나델리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현재 대주주인 서버러스캐피털이 물러난 뒤 새로 꾸려질 법인은 사실상 노조와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가 넘겨받게 된다. 전미자동차노조(UAW)가 퇴직자 건강보험기금에 들어갈 현금을 크라이슬러 주식(55%)으로 받기로 합의했으며, 피아트는 소형차 기술 전수 등을 조건으로 지분의 20%를 인수한다.

미국 정부는 파산보호 기간을 30~60일로 최소화해 회사를 조속히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신청에 대해 “회생의 길을 확실히 열기 위한 추가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당장 투자금 일부라도 돌려받기 원하는 헤지펀드 등 일부 채권기관이 파산보호 대신 아예 청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서비스는 계속=크라이슬러와 피아트의 판매량을 합치면 연간 420만 대다. 이들의 제휴가 마무리되면 도요타(787만 대)·GM(751만 대)·포드(634만 대)·폴크스바겐(599만 대)·르노닛산(546만 대)에 이어 판매량 기준 세계 6위 업체가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파산보호 기간 중 크라이슬러의 판매 영업과 품질보증(워런티)이 차질 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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