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경제학] 신종 플루와 금융위기는 닮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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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외부 활동이 위축됐다. 공포감이 위기대응 시스템을 마비시켰다. 이로 인해 폭넓고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에 대한 설명이다. 그러나 다시 뜯어보면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분석 같기도 하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신종 플루의 모습이 지난해 시작된 세계 경제위기와 닮은 꼴이라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선 세계화로 인해 그 피해가 컸다는 점이 같다. 최근 몇 년간 국가 간 금융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미국발 금융위기의 피해가 전 세계로 삽시간에 퍼진 것처럼, 국가 간 여행·교류의 증가로 멕시코발 인플루엔자도 빠르게 확산됐다는 것이다.

월가에서 관계 당국이 손도 못 댈 만큼 복잡한 금융상품을 고안해 낸 것이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변종을 만든 것도 서로 닮았다. 철저한 예방조치만 있었어도 이 정도로 심각해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는데, 대충 넘겼던 예전의 경험을 떠올리며 방치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유럽연합(EU) 질병관리센터의 앙구스 니콜은 “인플루엔자 문제를 다룰 땐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면서 최선의 결과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대응방식마저 금융위기와 닮았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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