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공비침투 1·21사태 30년]순직서장 부인 유정화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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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그이와 함께 했던 날들의 4배나 되는 세월이 흘렀군요. 전날밤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청와대 뒤편 인왕산 초소를 점검한다고 나가시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 68년 1월21일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남파된 북한 무장공비들의 총탄에 순직한 종로경찰서 최규식 (崔圭植.당시 38세.경무관 추서) 서장의 부인 유정화 (劉貞和.65) 씨. 30년의 세월속에 그날의 충격과 고통은 옅어진 듯 했지만 그녀의 가슴속에 崔경무관의 모습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애들 아버지가 순직할 무렵 둘째인 아들이 세살이었죠. 그애는 사탕이 생기면 '아빠가 좋아하는 사탕이 있으니까 국립묘지 가자' 며 떼를 써 제 마음을 쓰리게 했죠. " 서울대 약대 출신인 劉씨는 당시 박정희 (朴正熙) 대통령의 배려로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구내에서 약국을, 86년에는 서울중구명동에 자신의 약국을 차려 1남2녀를 키웠다.

劉씨는 "김신조씨가 결혼할 때 부인과 함께 찾아와 '잘됐다' 고 축하를 해줬다" 며 "우리 가족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고 말을 맺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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