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진화포럼] ‘경제불황, 언제쯤 어떻게 풀릴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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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불황, 언제쯤 어떻게 풀릴 것인가’.

원로 경제인들이 주축이 된 한국선진화포럼이 30일 누구도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놓고 토론회를 했다. 발제자는 국가대표급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현오석 원장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채욱 원장.

전망은 하나로 수렴됐다. 하반기부터 조금씩 나아지겠지만 위험 요인은 여전하다는 얘기였다. 해외의 돌발변수를 감안하면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토론회를 정리하며 남덕우(포럼 이사장) 전 국무총리는 경기 전망을 “V자도 U자도 아닌 사발형 회복”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경기가 4분기에 바닥을 친 후 사발의 밑면처럼 서서히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오석 원장은 “고용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취업자 수는 당분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그랬다. 실업률은 99년 3월까지 계속 올라갔다. 일자리가 줄면 소비도 살아나기 어렵다.

하지만 전체를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았다. 물가는 연 3% 내외로 안정되고, 경상수지는 200억 달러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재고는 줄고 생산은 늘어날 기미가 보이고, 불확실성도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경기와 관련해)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뭘 모르는지 아는 상황까지는 왔다”고 말했다.

세계 전체로 보자면 한국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분석에 참석자들은 대체로 공감했다. 채 원장은 “각국의 경기 부양 자금이 2분기부터 풀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효과가 나려면 4분기는 돼야 한다”며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보다 조금 앞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회복기가 지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 몇몇 긍정적인 지표들은 경기 회복의 신호가 아니라 악화 속도가 느려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토론자인 한국외대 김윤형 명예교수는 미국 금융·가계의 부실 개선, 유럽·일본의 마이너스 성장 탈출, 중국 등의 내수 진작, 새로운 성장엔진 창출, 달러화 불안정성 해소, 심리적 안정을 위기 탈출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또 ‘유동성 함정’, 즉 아무리 금리를 낮춰도 돈이 안 돌아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태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유럽 은행은 제로금리 상태여서 돈을 움켜쥐고 있어도 비용 부담이 없지만, 한국의 은행들은 금리 차로 인해 돈을 쥐고 있으면 연 500억~1500억원의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글=김영훈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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