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개편앞두고 문화단체 한목소리…"전문가 중심 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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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요즘 문화계도 '기관' 쪽에선 조직개편과 인력조정이 온통 화제다.

새 정부의 조직개편을 앞두고 문화관련 기관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관료 중심의 현행 조직구조를 전문인력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단연 높다.

실제로 문화체육부에 속한 14개 문화관련 단체 가운데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국립국악원 등 전문인력이 필요한 8개 단체의 대부분은 정원의 20~30%만이 전문인력으로 채워져 있는 상태다.

이는 각 기관이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로 전문성 확보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게다가 학예연구직을 제외한 일반직 공무원들은 대개 1년에서 1년 6개월 순환근무를 하기 때문에 전문인력과의 긴밀한 협력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같은 어려움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이 국립현대미술관. 별정직인 관장 (2급) 과 학예연구실장 (4급) 을 포함해도 학예연구직은 전체 인원 88명 가운데 12명 (두자리는 현재 공석)에 지나지 않는다.

국립현대미술관 내규에 따른 학예연구실의 업무는 기획전 발의 (發議) 단 하나뿐으로 학예실에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

하지만 조사연구에서부터 전시.수장고 관리.교육홍보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일을 학예실에서 맡아 하고 있다.

이렇게 권한은 주어지지 않은 채 부족한 인력으로 과다한 업무를 하다보니 자연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에서는 "전시계획과 작가 선정까지 비전문인인 일반 공무원이 주축이 된 전시과에 결정권을 갖고 있어 일을 진행시키기 힘들다" 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학예실의 업무를 보조해야 할 사무국 (국장 3급) 이 학예실 위에 자리하고 있어 양측의 갈등도 크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도 마찬가지. 건립 역사가 길어 전문직이 그런대로 자리잡고 있기는 하지만 더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유물 관리와 전시.발굴.조사연구.사회교육 기능까지 모두 학예연구직이 맡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 9개의 국립박물관 학예직을 모두 합쳐 1백여명도 안되기 때문이다.

특히 학예직이 1~2명뿐인 지방박물관의 경우 발굴하다 말고 들어와 숙직을 서는 일까지 벌어진다고 한다.

2003년 용산박물관 건립추진기획단도 전체 30여명 인력 가운데 2명만이 학예직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한 학예연구관은 "일을 제대로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2배 이상의 인원이 필요하다" 며 "점차 일반공무원 수를 줄이고 전문직을 늘이는 방향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고 말했다.

국립국악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국악진흥과는 홍보와 교육을 맡기로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학예직인 국악연구실이 이 업무까지 떠맡고 있어 불필요한 조직까지 안고 있는게 아니냐는 불만이 일고 있다.

이렇게 각 기관마다 전문인력 수는 크게 부족한데 비해 상대적으로 일반직 공무원은 과포화 상태이다.

어차피 1년이 지나면 떠난다는 생각에 잠시 쉬러 나와 있다고 생각하며 일손을 놓는 공무원까지 있다고 한다.

문체부가 소속 문화단체들을 전문 문화기관으로 보지 않고 산하기관으로만 생각해 인력을 배치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기인한다고 주변에선 지적하고 있다.

문체부 본부의 한 사무관은 "각 기관에 과잉의 일반직 인력이 있는 것은 인정한다" 면서도 "순환근무를 하고 있는 일반 공무원들이 당장 해당기관에 실질적인 도움은 안 될 수 있지만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본부에 왔을 때 그 기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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