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종금사서 돈줄끊겨 3금융권 집단부도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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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리스.할부금융.파이낸스사 등 이른바 '제3금융권' 이 심한 자금난으로 집단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회사채나 차입으로 돈을 구해 영업을 해야 하는데 지난해 말부터 자금시장이 경색되고 금리가 높아지면서 돈줄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은행이 출자하거나 돈을 지원해준 업체들이어서 집단 부실화될 경우 은행권에 미치는 충격도 커 금융시장에 또 다시 한파가 닥칠 것으로 우려된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과 종금사들이 제3금융권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고 기관투자가들도 이들이 발행한 채권의 인수를 기피함에 따라 리스.할부금융.파이낸스사들의 정상적인 자금조달 창구가 봉쇄됐다.

이때문에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고는 신규 영업활동을 모두 중단해 기업설비금융 (리스) 및 소비자금융 (할부금융) 서비스가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졌다.

예컨대 리스사들의 경우 지난해 리스계약액은 7조3천7백억원으로 96년의 12조3천2백억원에 비해 40% 이상 감소했다.

매달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리스료의 연체도 늘고 있는데 대기업과 거래하는 대형 리스사들의 경우 연체율이 10~15%에 달하고 중소기업 거래가 많은 지방사들 가운데는 30%가 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금융권 기관은 최근 돈이 모자라면 하루짜리 콜이나 3개월짜리 기업어음 (CP) 을 통해 고금리 급전 (急錢) 을 빌리고 있어 자금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중앙리스가 CP를 제때 못막아 1차 부도를 냈고 파이낸스사들의 경우 자본금 50억원 미만의 군소업체 50여개가 이미 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파이낸스 관계자는 "제3금융권 가운데 우량은행을 대주주로 가진 곳을 제외하고는 자금조달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말했다.

남윤호·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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