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시장에 러시아·중국 상인 몰린다…환율상승으로 헐값구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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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부산시사하구신평동 중고자동차 수출회사인 K자동차상사는 러시아와 중국 상인들에게 지난해 11월 1백70대, 12월에는 2백10대의 중고차를 각각 팔았다.

올들어서는 지난 15일까지 60여대를 수출한데 이어 주문받은 물량이 70여대나 되고 구입문의가 잇따라 이달말까지 2백대 이상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달평균 1백50여대씩 수출한 것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IMF사태 이후 환율상승과 기름값 급등으로 중고차 가격은 내린 반면 달러가치가 높아지자 예전에 가구 등 생활용품을 주로 구입했던 러시아와 중국 상인들이 지난해말부터 구입품목을 중고 승용.승합차 등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중고자동차 매매상이 밀집해 있는 부산시사하구감전동.신평동에는 지난해말부터 러시아와 중국 상인들이 몰려와 현금을 주고 즉석에서 중고차를 계약하는 것은 물론 외상거래를 트고 계약하는 단골고객까지 생겨나고 있다.

또 러시아와 중국 선적의 화물선 선원들이 차를 직접 고른 뒤 시운전까지 해보고 바로 배에 싣는 광경을 부산항 부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러시아와 중국 상인들이 사가는 차종을 보면 경제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중국인들은 중형 승용차를 선호하는 반면 러시아인들은 10인~12인승 승합차를 더 많이 사가고 있다고 K자동차상사 김권섭 (金權燮) 전무는 전했다.

중고차의 수출가격은 승용차의 경우 93, 94년식이 대당 2천~4천달러에 수속료 등을 포함해 국내 시세보다 50여만원 가량 더 비싸다.

부산.경남본부 세관 관계자는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중고차가 베트남.페루 등지에 한달평균 5백~6백여대씩 수출됐으나 불황과 환율파동 이후 러시아와 중국 지역에 대한 수출이 활기를 띠면서 같은 해 10월 9백69대 (3백99만달러) , 11월 9백82대 (2백88만5천달러) , 12월 1천2백2대 (4백15만2천달러) 로 중고차 수출물량이 점차 늘고 있다" 고 밝혔다.

부산〓허상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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