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고급 호텔 방 58개 장기 임대 … 하루 평균 320여 명에 성매매 알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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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9일 새벽 2시가 넘은 시각, 서울 강남의 한 고급 호텔에 경찰관 수십 명이 들이닥쳤다. 강남경찰서 생활안전과 소속 경찰관들이었다. ‘호텔에서 기업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첩보를 받고 단속에 나선 것이다. 단속 결과 60여 개의 객실에서 성매매 현장이 발각됐다. 성매매를 한 이들은 이 호텔 지하에 있는 유흥업소의 여종업원과 업소를 찾은 손님이었다.

경찰은 29일 성매매 영업을 해 온 혐의(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유흥업소 업주 한모(46)씨와 성매매 여성, 호텔 관계자 등 4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는 이 호텔 5층과 7층의 객실 58개 전체를 장기 임대해 성매매 장소로 이용했다. 객실 하나당 8만8000원, 매일 500만원 이상을 임대료로 지급했다. 한씨는 손님 한 명당 30만원씩을 받고 매일 평균 320여 명에게 성매매를 알선해 하루 1억2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경찰은 성매매 영업이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이 호텔은 지하 3층, 지상 14층에 객실 246개를 보유한 특2급 호텔이다. 유흥업소는 지하1, 2층에 입점해 60여 개의 룸을 두고 있었다. 호텔 본사 측은 “성매매가 이뤄진 사실을 본사에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텔 관계자는 “주중엔 원래 거의 모든 객실이 다 차기 때문에 방이 단체로 임대된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호텔 측이 성매매 영업을 알고도 사실상 묵인해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업소와 호텔에서 압수한 장부, 주점과 호텔 사이에 설치된 비상통로의 폐쇄회로 TV(CCTV) 자료 등을 토대로 수사 중이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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