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삼성·SBS등 중위권팀 "SK에 지면 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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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SK가 제일 무서워요” .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피말리는 중반레이스를 벌이고 있는 프로농구 중위권팀 감독들의 고백이다.

꼴찌팀 SK와의 경기에서 패하면 1, 2위를 달리는 현대.기아에 패할 때보다 몇갑절 큰 충격과 손실을 입는다는 얘기다.

삼성이 좋은 예다.

현대.나래.대우 등 상위팀을 연달아 제압, 기세를 올리던 삼성은 지난해 12월30일 수원 홈경기에서 SK에 1백14 - 1백6으로 패한 후 내리 3연패, 하위권으로 곤두박질했다.

중위권팀들이 SK와의 경기를 껄끄러워하는 이유는 이렇다.

전력이 가장 약한 SK는 당연히 1승 타깃. 그러나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1승을 날려버린 후의 심리적 박탈감이 다음 경기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 상위팀 선수들은 자신도 모르게 개인기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데 이러다 지고 나면 한동안 경기감각을 잃는 경우가 많다.

SK전 다음에 중상위팀과의 경기가 이어지게 돼 있는 정규리그 일정도 영향을 미친다.

뜻밖의 1패로 심리적 부담을 안은 선수들이 정상적으로 경기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플레이오프 커트라인을 승률 5할~5할5푼대로 볼 때 9위팀까지 승률 4할대를 기록하는 혼전 속에서 꼴찌팀에 당하는 1패는 '극약' 과 같다.

13일 의정부에서 SK에 패한 SBS에 비상이 걸린 이유가 여기 있다.

SBS는 이번주 대우.동양.나래와 치러야 할 3경기가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앞으로 상위팀은 SK와의 경기에서 더욱 사력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

SK를 누르면 도약의 기회가 올 수도 있어서다.

나산은 지난해 12월14일 SK를 1백4 - 98로 누른 후 7연승, 초반 부진을 딛고 상위권으로 치솟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SK의 앞길은 더욱 험난해졌다.

각팀이 반드시 딛고 넘어야 할 표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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