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희곡 된 '아리랑' 다시 한국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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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소설가 조정래(61)씨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각색한 프랑스 희곡 '주르 드 콜레르 앙 코레(Jours de colere en Coree.한국에서의 분노의 세월)'(아르마탕)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희곡 '분노의 세월'(해냄)이 출간됐다. 번역은 시인 성귀수씨가 맡았다.

지난달 '주르 드 콜레르…' 출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에 다녀온 조씨는 5일 "내년 5~6월 프랑스 연극 무대에 '분노의 세월'이 올려질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르 드 콜레르…'는 러시아.독일어로도 번역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주르 드 콜레르…'는 시나리오.희곡 작업을 하는 피에르 앙드레 테르지앙(64)이 프랑스어로 번역된 열두권 짜리 '아리랑'을 읽고는 '폭탄을 맞은 듯한 감동을 받아' 조씨에게 희곡 각색을 제의해 쓰여졌다.

테르지앙은 4000쪽이 넘는 프랑스어판 '아리랑'을 숙독한 후 지난해 5.6월 원고지 750여쪽 분량의 희곡으로 각색했다. 1894년부터 1945년까지 200여명의 등장인물이 엮어가는 주요 사건들을 가상의 사흘간에 압축했고,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원작에는 없는 '춘향'과 '투사(鬪士)'도 등장시켰다.

테르지앙은 '분노의 세월' 뒷부분에서 "조씨는 한국의 톨스토이라고 불러도 좋을 작가이고, 그의 소설은 흑인노예의 참상을 그린 '뿌리(Roots)'에 비견될 만하다"고 밝혔다. 조씨는 "테르지앙의 각색에 90% 만족한다. 하지만 대여섯 곳은 보충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일본군이 한국인들을 사격연습 표적으로 활용하는 장면 등은 살리고 싶다는 것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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