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로 가장 '생계범죄'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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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불경기속에 물가상승까지 이어지자 실업과 채무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가장들의 이른바 '생계 (生計) 형 범죄' 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14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서울양천구신정동 J고물상에서 알루미늄새시 30㎏ 등 시가 36만원어치의 고철을 훔친 혐의 (절도) 로 金모 (26.서울성동구)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金씨는 "지난해 11월 봉제공장에서 해고돼 생후 6개월된 아들 분유값조차 마련할 길이 없어 재활용품을 모으러 다니다가 고철덩어리를 보고 갑자기 욕심이 생겼다" 고 말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도 이날 결혼자금으로 얻어 쓴 은행빚 이자와 원리금 상환이 연체되자 강도를 하려 한 혐의 (강도예비) 로 S컴퓨터 대리 金모 (33.경기도남양주시)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金씨는 경찰에서 "2년전 결혼할 때 은행에서 빌린 3천만원과 전세방 마련을 위해 진 빚의 이자가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나 1백60만원의 임금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다" 고 말했다.

이에 앞서 조리사로 일하다 지난해말 해고된 화교 林모 (45.부산시북구) 씨가 7일 창원시사림동 金모 (55) 씨 집 방충망을 뚫고 들어가 5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구속됐으며, 6일에는 자녀의 유치원비와 분유값을 마련하려 빈 집에 들어갔던 출장요리사 朴모 (33.서울강서구화곡동) 씨도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관계자는 "불경기와 실업이 범죄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는 일이나 최근 전과가 없는 보통 가장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저지르는 범행이 부쩍 늘어 안타깝다" 고 말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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