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부모님 직업 체험' 신문으로 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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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부평공고 학생들이 ‘직업 체험 신문’을 만들어 전시회를 열고 있다.

실업계 학교의 수업과 NIE는 거리가 먼 듯하다. 하지만 인문계 못지않은 효과를 낸다.

얼마 전 공업입문 과목을 가르치며 '직업 체험 신문'만들기를 수행평가 과제로 내줬다.

부모님의 직업을 하루 동안 체험하고 배운 점과 느낀 점 등을 신문 형식으로 꾸미는 내용이었다. 부모님들의 직장 사정을 감안해 과제물 제출 기간은 한달을 줬다.

신문엔 일터에서의 부모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설명을 붙이고, 부모님의 소감문도 넣게 했다. 체험하는 과정에서 직업세계를 알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며, 표현력을 기르는 등의 학습 효과를 내는 데 제격이었다. 성과는 예상보다 좋았다.

일구는 농사를 짓는 아버지의 모내기를 도와드리며 가업인 농업을 이어야겠다는 생각을 표현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일구가 적성에 맞는 다른 직업을 갖기를 희망했다.

정석이는 새벽부터 일터에 나가 액세서리를 만들다 손톱이 깨져 아파하시는 어머니 모습이 안타까워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건설 현장에서 아버지와 함께 벽돌을 나르고 일당 3만원을 받아든 종진이는 아버지와 돈의 귀중함을 깨달았으며,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통행료를 받을 때 매연으로 고통을 당하는 어머니 모습을 지켜본 기철이는 로봇을 개발해 일을 대체하고 싶다고 적었다.

학생들은 한결같이 직업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부모님의 고충을 이해하고, 직업세계를 보는 눈을 새로이 뜨게 됐다. 부모님을 존경하고, 담배를 끊는 등의 인성 변화도 보였다.

나중에 과제물로 낸 신문을 모두 학교에 전시했다.

각자 경험한 직업세계를 공유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학생 숫자만큼이나 직업이 다양했고 저마다 소중했다. 체험을 통해 얻은 점과 느낀 점도 제각각이었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탁상공부'만 하는 학생들에게 하루만이라도 체험을 통해 직업을 이해하고 부모님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

황희선 (본지 NIE 연구위원.부평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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