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마지막 명예퇴직 '좁은문'…"정리해고전 한푼이라도 더받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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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은행권에서 실시되고 있는 마지막 명예퇴직의 '행운' 을 잡기 위한 퇴직신청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금융기관 정리해고제가 도입돼 떠밀려 나가기 전에 특별퇴직금이라도 받아 제발로 나가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과거 큰 금전사고를 냈던 직원들을 특별퇴직금 지급대상에서 제외시키기로 해 명퇴 (名退) 도 마음대로 하지 못할 판이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흥은행이 올들어 처음 간부직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신청을 받아 지난 12일 마감한 결과 지난해 (70명) 의 3배가 넘는 2백22명의 신청자가 몰려들었다.

또 같은 날 마감한 국민은행의 경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신청자들이 몰려들자 아예 신청자수를 공개하지 않은채 심사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신청자 전원에 대한 엄격한 경력조회를 거쳐 근무기간중 금전사고나 과실을 범했던 직원들을 제외시킨 뒤 명예퇴직자 수를 6백명선에서 맞출 방침이어서 '명퇴경쟁률' 이 상당히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조흥은행은 퇴직자들에 대한 배려차원에서 가급적 신청자 전원에게 특별퇴직금을 보태줘 명예퇴직 처리할 계획이다.

또 12~17일과 15~17일중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 제일.서울은행의 경우 대상자수를 각각 1천명.6백50명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나 정리해고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벌써부터 각 지점으로부터 인사부에 문의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은 업무성적이 좋고 은행영업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간주되는 우수인력이 명예퇴직을 신청할 경우 스스로 취소하도록 설득하는 한편 사고경력자들에 대해서는 경우에 따라 특별퇴직금을 주지 않고 퇴직시키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특별퇴직금의 규모가 지난해의 60%수준으로 줄었는데도 그나마 이번이 명예퇴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던지 신청자들이 많았다" 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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