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명암]10.<끝> 등급제로 음란물차단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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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보의 보고 (寶庫)' 라. 하지만 호기심으로 엿본 음란 사이트에 빠지면서 신용카드번호를 입력하고 회원으로 가입한 것이 화근이었다.

곧 시들해져 회원을 탈퇴하려 해도 방법이 없었다.

전자우편까지 보내 취소해달라고 호소해봤지만 허사였다.

그는 "가뜩이나 국내 경제가 외환위기로 얼어 붙어있는데 한 번의 실수로 매월 외화를 유출한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고 말했다.

'정보의 보고 (寶庫)' 라는 인터넷의 햇살 아래에는 '음란정보' 라는 음침한 그늘이 숨어 있다.

인터넷 음란물은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정서적으로 큰 해가 되지만 이를 차단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지난해 말 전국의 인터넷 이용 남녀 중고생 2백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음란물을 접한 비율이 47.4% (1백10명) 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가운데 25%가 음란 사이트 접속에 대해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듯 음란물 때문에 무진장한 정보가 널려 있는 인터넷 이용을 금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차선으로 제기되는 것이 인터넷 등급제 실시다.

인터넷 등급제는 모든 웹사이트에 영화처럼 등급을 매겨 청소년 네티즌들이 성인물에 얼씬도 못하게 하자는 취지다.

이미 미국.독일 등에서 일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하루에도 전세계에서 수만개씩 생기는 웹사이트에 등급을 매기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많다.

이같은 한계에도 불구, 인터넷 등급제가 시행되면 사회적으로 인터넷음란물 추방과 관련한 공감대가 형성돼 음란정보를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게 등급제 옹호론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여기에다 음란물 차단 소프트웨어의 보급이 활성화되면 가상공간 음란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종윤 기자

◇ 도움말 = ▶신동률 (申東律.정보통신윤리위원회 심의지원팀장) ▶이병만 (李秉晩.한국전산원 보안기술팀장) ▶성동규 (成東圭.한국언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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