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국가부도 임박]주변국 시각(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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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도네시아.태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눈길이 초조해지고 있다.

특히 인접국인 말레이시아.대만은 물론 양국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일본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태국에 대해 기업들의 직접투자 3백억달러, 금융기관 대출금 3백70억달러 (지난해 6월말 현재) 등 대략 7백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추산된다.

대 (對) 인도네시아 투자액도 모두 3백억달러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일본은 양국의 금융위기를 좌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미국.국제통화기금 (IMF) 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日本經濟) 신문은 9일 미.IMF가 인도네시아에 고위 관료를 급파한 사실을 1면 톱기사로 보도했다.

홍콩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상당수 금융기관들이 양국에 막대한 금액을 대출한 상태인데다 이번 위기가 더 악화돼 모라토리엄 (대외 지불유예)에 빠질 경우 대외 수출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 지역에서 마지막으로 고정환율제를 고수하고 있는 홍콩.중국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뿐만 아니라 통화가치 또한 급격한 절하 압력을 받게 된다.

이웃 나라들의 불길이 국경을 넘어오지 못하도록 바쁘게 대처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하루동안 15%이상 떨어진 8일 모하마드 마하티르 총리가 직접 주재하는 경제대책 특별기구를 설치하고 서둘러 예방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대만.인도 등은 이번 사태의 불똥이 자칫 자국의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 긴급 방어작전에 들어갔다.

대만은 지금까지 아시아 금융위기의 영향권에 한발 비켜나 있으나 전문가들은 태국.인도네시아가 모라토리엄에 빠질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만 경제도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아시아 금융위기를 강 건너 불 보듯 하던 유럽 지역도 연초들어 자세가 달라지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대출 규모가 큰 유럽계 은행들은 한국.태국에도 막대한 자금을 대출하고 있다" 며 "한쪽에서 자금이 물리면 다른 쪽의 대출 상환을 연장해주기 어려워 아시아 전역의 외환시장이 총체적으로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IMF와 함께 아시아 금융위기에 공동 대응하고 있는 미국은 우선 인도네시아에 고위 관료를 파견해 이번 위기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인도네시아의 98년 예산안을 조속히 수정토록 권고하기로 했다.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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