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이 어떻게 알고 청탁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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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의 인사청탁 의혹과 관련, 오지철 전 문화부 차관과 서프라이즈 서영석 대표의 부인 김모(45.여)씨가 청탁을 주고 받게 된 경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 전 차관은 사건이 불거진 지난 1일 "지난해 가을 '광주 문화중심도시 조성기획단'에 김씨가 공연 쪽 전문가로 참여해 회의석상에서 몇 번 만난 사이"라고 밝혔다.

그는 "광주문화기획단에서 젊은 학자들이 정말 열심히 일해 평소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며 "김씨는 회의석상에서 만나 가볍게 아는 사이"라고 해명했다.

김씨는 지난달 14일 오 전 차관의 사무실로 직접 전화해 교수 채용을 부탁했고, 자신의 남편이 서영석씨라는 점도 알렸다는 것이 오 전 차관의 설명이다.

김씨가 참여했다는 '기획단'은 올 초 정식 출범하기 전까지 지난해 6월부터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광주문화중심도시 태스크 포스(TF)'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김씨는 이 TF의 정식 위원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수백명의 자문위원 중 한 명에 불과했다. 이 사업에 간여한 인사들 중 김씨를 뚜렷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김씨의 역할은 미미했다.

오 전 차관이 정식 위원도 아닌 김씨를 어떻게 알게 됐고, 전화상으로 인사 청탁까지 받게 됐느냐는 점이 관심거리다.

'문화중심도시'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로 2023년까지 2조원을 들여 광주광역시를 문화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사업이다. TF는 공무원 9명과 민간인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됐으나 김씨는 명단에 포함돼 있지 않다. TF에 참여했던 한 민간인 위원은 "당시 2주에 한번꼴로 회의가 있었지만 회의에서 김씨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경만 기획단 연구실장은 "김씨를 몇 번 본 기억이 있지만 자문위원이 많아 김씨가 누구인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 전 차관이 김씨를 회의 석상에서 만났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정식 위원도 아니고 수백명 자문위원 중 한 명이었던 김씨가 현직 차관에게 전화상으로 인사 청탁을 했다는 점은 계속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제3의 인물이 이번 청탁에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본지는 오 전 차관과 김씨의 해명을 듣고자 했으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배노필.이경용 기자

한나라 "장관 말 없었는데 차관 뛰었겠나"
열린우리 "당사자들 부인…진실 밝혀진 것"

문화관광부 장.차관의 인사청탁 개입 의혹과 관련해 한나라당이 4일 청와대를 맹공격했다. 청와대가 "정동채 장관이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밝힌 데 대해서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논평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자체 조사 결과 발표는 이 사안을 서둘러 덮으려는 '해결사' 차원의 발표"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좋은 평판을 받으며 조심스럽게 관료 생활을 해온 오지철 전 차관한테 모조리 뒤집어씌우고, 그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시나리오의 도입부 같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사회적 상식으로 비춰볼 때 정 장관이 최소한 한마디라도 했기 때문에 오 전 차관이 움직였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일개 강사에 대한 인사청탁을 하러 차관이 직접 대학로의 카페까지 갔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사 실력이 겨우 이 정도인가"라며 "이러면 국민이 어떻게 민정수석의 조사를 믿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들으면 들을수록 찜찜하고 뭔가 더 있다는 느낌만 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에서 이미 정 장관이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했고, 정 장관 등 당사자들이 부인하는 만큼 이제 확률적으로 진실이 밝혀진 것 아니냐"며 "생산적인 정치를 위해 야당은 더 이상 공세를 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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