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자전거 시대 개막 알린 ‘하이 서울 자전거 대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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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지난 주말 서울 도심은 6000대의 자전거 물결로 뒤덮였다. 서울시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한 ‘하이 서울 자전거 대행진’이 올림픽공원~서울광장 구간에서 펼쳐진 것이다. 어린아이부터 90세를 바라보는 노인까지 도로로 쏟아져 나와 페달을 밟았다.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 동호회원들이 나란히 달리며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서울 도심에서 처음 벌어진 보기 드문 장관이었다.

같은 날 경기도 수원 화성행궁과 인천 문학경기장, 제주 산지천에서도 자전거 타기 실천대회가 열렸다. 전국 곳곳에서 자전거 동호인 3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다음 달 3일까지 벌어지는 ‘제1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의 개막이었다. 화합과 축제의 마당인 이번 자전거 축전은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축제를 계기로 전국에 자전거 붐이 조성되고, 정부와 지자체가 자전거 정책 변화 의지를 다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전거 대행진에 참가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전거의 효용을 ‘1석6조’라는 말로 압축했다. 자전거를 타면 건강에 좋은 것은 물론이고 교통체증을 덜어주며 주차난 해소, 에너지 절약,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공기 질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백번 옳은 말이다.

문제는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되려면 자전거가 레저수단에서 벗어나 주요 교통수단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엔 국내의 자전거 인프라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정부·지자체가 나서 자전거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정책적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얼마 전 자전거는 녹색성장의 동반자라며 ‘자전거 시대’의 개막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지 않았는가.

자전거 출퇴근 가능 지역을 넓히기 위해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충하는 일부터 힘써야 한다. 서울의 경우 2012년까지 차로 폭을 줄이는 도로 다이어트 등을 통해 자전거 전용도로 207㎞를 만들어 서울의 교통지도를 새로 쓰겠다는 각오다. 도난이나 눈·비로부터 안전한 자전거 전용 주차장도 지하철역 등 도시 곳곳에 만들어야 한다. 매년 240여억원을 들여 자전거 전용도로와 주차장을 넓히는 코펜하겐시를 부러워만 할 일이 아니다. 자동차와 자전거가 공존하는 교통문화도 정착돼야 한다. 그러려면 자전거에 통행우선권을 주거나 교차로에 자전거 전용 신호대기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자전거 통행을 돕는 법과 제도적 보완 없이 자전거 이용 활성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