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납치사건 배경…부족갈등서 터진 '시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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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예멘은 외국인 납치사건 최다발국 (最多發國) 으로 불린다.

지난 93년 이후 납치된 외국인관광객 및 기술자는 1백명에 이른다.

그러나 피랍 외국인은 지난해말 현재 전원이 무사하게 석방됐을 정도로 해결도 쉽사리 이뤄진다.

대부분 2~3주 정도면 석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진 (許塡.36) 1등서기관 가족 등 한국인 3명의 납치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인 5일 낮에도 수도인 사나 외곽지역에서 프랑스 여자관광객 3명이 납치된 뒤 2시간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예멘에서 외국인 납치사건이 빈발하는 이유는 부족간 갈등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중동의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예멘은 지난 90년 5월 자본주의 북예멘과 사회주의 남예멘이 통일된 뒤 남예멘 분리주의자와 일부 소수부족간의 갈등으로 불안한 정정 (政情) 을 보여 왔다.

인구가 적고 세속적 전통을 따르는 남예멘과 엄격한 이슬람교 도덕을 강조하는 북예멘 사이에 권력배분을 둘러싼 갈등도 있다.

이 와중에 각 부족은 납치를 정부에 대한 압력행사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번 사건 역시 알 하다족 납치범들이 예멘정부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전해진다.

알 하다족은 지난해 발생한 알 하다족 13세 소년에 대한 성폭행의 범인 처형과정에서 성폭행범 4명중 1명만 처형되고 나머지 3명이 징역과 태형을 선고받자 불만을 품고 전원 처형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납치범과의 교섭이 원만하게 진행될 경우 이들 3명이 조만간 석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영오 (宋永吾) 외무부아중동국장은 “예멘에서 납치된 사람들이 살해된 사례는 없었다” 며 “예멘당국이 사건해결에 적극적인 만큼 곧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예멘에서 발생하는 납치사건은 돈을 요구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며 “알 하다족이 성범죄에 완고한 전통적 도덕률을 고집하며 한국인을 인질로 삼을 경우 예멘당국의 협상여지는 좁아질 것” 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며 “정부로서는 최대한의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고 전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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