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안양 관양동 투기 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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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동편.부림.간촌마을에 투기바람이 불고 있다. 개발제한구역인데도 아파트 입주권과 보상을 노린 위장전입과 불법 비닐하우스 설치 등 탈.불법 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원래는 관악산 끝자락에 위치한 자연마을로 400여가구가 대대로 농사를 짓고 살던 조용한 곳이었다. 하지만 2006년 말까지 4700여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달라졌다.

◇위장 전입=건설교통부와 안양시에 따르면 이 일대 개발제한구역 19만6000여평에 대해 개발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국민임대주택 100만호'건설계획의 하나다.

그러나 현재 검토 중인데도 벌써 투기 바람이 불고 있다. 마치 개발이 확정돼 올 연말께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되고 아파트가 건설되는 것처럼 알려지면서다.

투기 바람은 관양동 동편.부림.간촌마을의 인구에서 먼저 나타난다. 택지개발지구 예정지 소문이 나돌기 전인 3월 1116명(423가구)에 불과했던 인구가 요즘은 1265명(493가구)에 달한다. 3개월 새 149명(70가구)이 늘었다.

마을의 논과 밭에도 비닐하우스 수십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받으려는 사전 공작이다.

주민 김모씨(58)는 "최근 들어 외지인들이 보상을 노리고 거주용 비닐하우스를 마구 설치하고 있다"며 "대규모 국민임대주택 단지가 들어선다는 소문 때문"이라고 말했다.

◇투기 단속=안양시는 대대적인 현장조사를 해 농사와 관계없는 비닐하우스는 강제 철거키로 했다.

또 마을별 거주자 현황을 조사해 신규 전입자에 대해서는 부엌과 화장실 등이 있는지 현장조사를 할 방침이다. 위장전입이 확인될 경우 '주민등록법'에 의거 강제 퇴거시키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대규모 임대주택단지 조성계획이 사전에 알려지면서 전입자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타지로 이사 간 사람이 자신이 살던 빈 집에 가재도구를 갖춰 놓거나 외지로 나간 자녀들을 다시 전입신고하는 것까지 막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개발 반대=마을의 대규모 택지개발계획에 안양지역 시민단체가 마구잡이 개발과 교통체증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환경운동연합.시민연대.YMCA 등 안양지역 16개 시민단체는 지난달 29일 '농촌마을 보존을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건설교통부가 주민의견이나 지역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안양지역 유일의 가용 녹지공간인 동편마을에 임대아파트를 건설하려는 것은 지역 현실을 무시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또 "도시 기반시설이 부족한 지역에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마구잡이 개발이 될 뿐 아니라 인덕원 사거리의 교통체증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안양시와 공동으로 마을 보존을 요구하는 서명운동과 주민토론회 등을 전개키로 했다.

시 관계자는 "안양에 남은 마지막 개발가능 지역"이라며 "후손에게 자연녹지로 물려줘야 할 땅"이라고 말했다.

안양=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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