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타 그 목소리, 옛 친구 같은 포크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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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름만으로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는 이들이 있다. 1980~90년대 포크 음악을 이끌었던 ‘시인과 촌장’의 함춘호(사진右)와 건조하지만 따뜻한 목소리로 인생의 서늘함을 노래했던 싱어송 라이터 장필순(사진左)이 그렇다. 두 사람이 함께 새 앨범을 발표했다. 최근 발매된 CCM(대중적인 기독교 음악) 음반, ‘그는 항상 내 안에 있네’다.

CCM이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종교적 색채가 도드라지지 않는 세련된 포크송들로 채워졌다. 2002년 6집 앨범을 발표한 후 7년 만에 돌아온 장필순은 이번 음반에서 한살 한살 나이를 먹으며 느끼는 회한과 깨달음을 특유의 담담한 어조로 그린다. “이세상 그 무엇도 내것은 아닌거지 그저 잠시 머물고 있을 뿐”(‘이제서야 알게된 것 하나’), “하지만 다시 다가설 수 있는 희망 있으니 행복하지 않은지”(‘행복하지 않은지’) 등의 사색적인 가사가 함춘호 특유의 정감있는 기타 반주에 실린다. “불빛 하나 없는 밤, 쏟아질 듯 펼쳐진 수많은 별들”을 노래한 ‘푸른밤을 여행하다’는 4년 전부터 제주도에서 생활하며 새롭게 만난 자연의 경이로움을 그린 노래다.

함춘호는 앨범 전체의 프로듀싱과 함께 ‘이 곳엔 아무것도’ ‘당신 생각하면’ 등 두 곡의 연주곡을 작곡했다. 그 외에도 ‘더 클래식’의 박용준, 재즈 밴드 ‘더 버드’의 김정렬, 신중현의 막내아들이자 드러머인 신석철 등 두 사람의 오랜 친구들이 음반작업에 함께했다. 함춘호는 “고통과 슬픔을 넘어선 평화와 기쁨을 담고 싶었다”며 “우리의 음악이 힘든 시기를 견뎌내는 이들에게 진정이 담긴 위로를 선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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