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간염, 나이 들어 걸리면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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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근 충남 공주에서 20대 전후 연령층에 A형 간염이 30여명이나 집단 발병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병은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먹었을 때 전염되는 일종의 수인성 전염병. 위생상태가 나빴던 1970년대까지만 해도 어릴 때 누구나 한번쯤 앓고 지나가는 병이었다. 따라서 40세 이후 중.노년층에겐 항체가 있다.

문제는 젊은 층이다. 위생상태가 좋은 환경에서 자란 이들 세대는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된 적이 없어 면역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98년 A형 간염에 집단 감염됐던 200여명의 환자도 20대 초반의 군인들이었다.

이 질환은 나이 들어 앓을수록 증상이 심한 게 특징이다. 한양대 의대 감염내과 배현주 교수는 "영.유아들은 대부분 황달없이 감기처럼 가볍게 앓지만 초.중학생은 환자의 40~50%, 성인은 70~80%에서 황달이 나타난다"며 "식욕부진.피로.혈액응고 장애 등 간염 증상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다행히 증상이 있더라도 2주 정도 입원해 안정을 취하면 대부분 좋아진다. 간기능 수치는 1~2개월 뒤 정상화된다.

하지만 급성기에 전격성(電擊性) 간염으로 진행하는 경우엔 상황이 심각해진다. 전격성 간염은 병이 급속히 악화돼 간이식 수술을 받아도 치사율이 50%가 넘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A형 간염 사망률이 평균 0.4%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데 50대 이후 노년기에 A형 간염을 앓으면 사망률이 1.8%로 급증한다. 특히 B.C형 등 다른 종류의 만성간염을 앓는 환자가 A형 간염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더 높아진다.

A형 간염은 환자의 대변을 통해 나온 바이러스와 접촉해 걸린다. 따라서 손씻기, 끓인 음식 먹기 등 개인 위생을 지키면 예방이 가능하다.

예방 백신도 있다. 집단 발병 지역에 거주해 환자와 접촉할 가능성이 크거나 동남아.아프리카 등 A형 간염 유행지역을 여행할 젊은 층이 주된 대상이다. 만일 항체가 없는 상태에서 환자와 접촉해 감염이 의심된다면 접촉 2주 이내에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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